과거 식민지배 당했던 국민들은… 애국주의 강하고 외부비판 민감 부강해지면 ‘자기증명 욕구’ 커져… 美, 적시에 문화재 반환 전략 갈수록 커지는 東洋시장 환심 사… 한국기업 해외진출때 본받아야
《 4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조선시대 옥새를 들고 왔다. 대부분의 한국 국민은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국주의 경험을 가진 많은 선진국 사람들은 사실 피식민지배의 역사를 지닌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화재 반환에 대한 열망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제국주의 경험이 있는 국가, 즉 ‘탈제국주의(post-imperial)’ 국가 국민들은 자국의 문화재가 해외에 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보통 강자의 입장에서 자국의 위상을 널리 전파하려고 값진 문화재를 의도적으로 해외에 반출했거나 식민지 등 약소국에 외교적 선물로 ‘하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빼앗긴’ 경험을 가진 ‘탈식민지(post-colonial)’ 국가 사람들은 문화재 반환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분노한다. 》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며 들고 온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 문화재청 제공
○ 탈식민 국가 사람들의 자기 증명 욕구
2008년 4월, 그리스에서 채화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프랑스 파리에서 봉송되던 중에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프랑스인 시위대가 이를 가로막으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중국 정부 당국의 대화를 촉구했다. 중국인들은 자국에 진출해 있던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인 카르푸 앞으로 몰려들어 “프랑스를 타도하자”며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였다. 카르푸는 즉각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또 탈식민지 사회 국민들은 피식민지배 시절의 아픔을 설욕이라도 하듯 산업과 경제발전, 군사력 강화에 사활을 거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이만큼 발전했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욕구도 아주 강하다. 중국, 중동 지역 여러 곳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이유다. 애국주의에 ‘자기 증명 욕구’가 더해진 셈이다.
○ 탈식민 국가 소비자와 비즈니스 전략
탈식민 국가 국민들은 제국주의 경험을 가진 서구인들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미적 감각을 갖고 있다. 소비 패턴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은 물론이고 동남아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의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할 때와는 다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탈식민 국가 시장으로 들어가는 상품은 세련미, 선진성, 첨단성, 유행 등을 강조하는 게 좋다. 현지 고객이나 거래처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내가 소비와 대중문화의 선두주자임을 보여줄 수 있는 세련된 복장, 말투 등으로 무장하는 게 유리하다. 탈제국주의 국가 고객들을 상대할 때 역사성, 스토리, 개성 등을 강조해야 하는 것과 대비된다.
조승연 문화전략가 scho@gurupartners.kr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