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결국 외국인투수 케일럽 클레이를 방출했다. 클레이가 마지막 등판이던 10일 광주 KIA전에서 1.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아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한화 클레이 퇴출…다음은 누구?
넥센 나이트 이어 두 번째 웨이버 공시
방어율 8.33…최근 2경기 부진 결정타
하위권 KIA·SK 용병 교체카드 만지작
한화는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외국인투수 케일럽 클레이(26)에 대한 웨이버 공시 요청을 했다. 사실상 방출이다. 지난달 넥센이 브랜든 나이트를 내보낸 데 이어 2번째 퇴출 외국인선수가 나왔다. 규약상 웨이버 마감일은 7월 24일까지다. 그리고 8월 15일 이후 등록된 외국인선수는 포스트시즌에 뛸 수 없다. 그래서 일부 팀은 외국인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클레이는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에 등록된 외국인선수 중 가장 젊다. 미국에서도 유망주로 평가받아 한화도 기대를 걸었다. 시즌 개막전(3월 30일 사직 롯데전) 선발투수로 나서 5.2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될 때만 해도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이후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3승4패를 거뒀지만, 40이닝 40실점(37자책점)으로 방어율이 8.33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2경기 부진이 결정타다. 5월 28일 대전 NC전에서 2.1이닝 7실점을 기록하더니 13일간 충분한 휴식 후 선발등판한 10일 광주 KIA전에서 1.1이닝 만에 6실점하면서 조기강판됐다. 심성이 고운 데다 선수단과 융화도 잘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지켜봤지만 불펜으로도 활용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미련을 접었다.
한화는 현재 스카우트팀을 미국에 파견해놓았는데, 최근 좌완 외국인투수와 계약 성사 단계에 있다. 한화가 외국인선수를 교체한다는 것은 아직 올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프런트 수뇌부는 기적 같은 4강 진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새 용병이 올 때까지 당분간 송창식을 3년 만에 선발로 전환해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 타구단 외국인선수에게도 불똥? 교체 카드 만지작
현재 외국인 교체에서 무풍지대에 놓여 있는 팀은 NC와 롯데뿐이다. 두 팀은 외국인선수들이 모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구단은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있다. 아직 4강을 포기한 팀은 없다. 여기서 더 이상 밀리면 힘들다고 판단하면 한화처럼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KIA 역시 고민이다. 경기당 외국인 2명만 쓸 수 있는 규정에 따라 데니스 홀튼이 선발등판하는 경기에서는 타자 브렛 필과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 둘 중 한 명을 포기해야한다. 최근 필이 부상으로 빠져 양자택일에 대한 딜레마는 없지만, 필이 복귀할 경우에 대비해 그림을 그려야한다. 약한 뒷문을 해결하기 위해 영입한 어센시오는 10일까지 12세이브를 올렸지만 블론세이브가 3개다. 마무리투수의 방어율이 3.75에 이른다. 게다가 부상자 속출로 현재 선발 로테이션마저 붕괴된 상태에서 어중간한 마무리투수를 계속 안고 가는 게 사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센시오 대안이 될 국내투수가 없어 진퇴양난이다.
4강권에 있는 팀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크리스 볼스테드, 삼성은 마틴이 요주의 인물이다. 특히 선발 마운드 구성이 힘든 두산은 볼스테드의 부진이 지속될 경우 교체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각 팀들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물밑에서는 만약을 대비해 분주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