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언론은 보통 국회 인사청문 대상 중 임명동의안 표결까지 필요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은 후보자로, 임명동의안 표결이 필요 없는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합참의장 등은 내정자로 써왔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에 따라 정부가 국회에 내는 인사청문요청안은 임명동의안 표결 대상이건 아니건 모두 ‘후보자’라 쓰고 있다. 따라서 내정 발표 이후엔 ‘후보자’로 쓰는 게 무난할 듯하다. 다만, 장관급이면서도 인사청문 대상이 아닌 공직자는 ‘내정자’로 쓰면 된다.
논란과는 상관없이 ‘당선인’은 그 후 국회의원 당선인, 교육감 당선인 등으로 쓰임새가 늘어났다. 이유가 뭘까. 바로 ‘말맛’ 때문이다. 우리말에는 동의어이지만 말맛이 다른 것이 꽤 많다. 변호사와 변호인, 노숙자와 노숙인도 그러하다.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얻은 사람을 이르는 직업용어로 무색무취하지만 변호인은 뭔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런 게 새로운 이미지와 결합된 ‘말맛’이다.
그래서일까, 노숙자란 표현도 요즘 들어 노숙인으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는 한발 더 나아가 노숙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밝고 희망적인 명칭으로 ‘자활인’을 선정했다고 4월 초에 밝혔다. 국립국어원 웹사전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당선인’과 ‘노숙인’을 표제어로 삼고 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언젠가 ‘기인(記人)’으로 불리는 날이 오는 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