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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탐지기-헬기 투입하고도… 김엄마-신엄마 못잡아

입력 | 2014-06-12 03:00:00

대통령 질타에 다급해진 검경, 금수원 21일만에 재수색




경찰이 11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진입해 대형 예배당 앞에서 한 수배자를 검거하고 있다. 안성=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쾅, 쾅, 쾅….’

11일 오전 5시. 경기 안성시 금수원 정문 앞에서 굴착기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중앙분리대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 났다. 경찰 63개 중대 6000여 명이 금수원을 에워쌌고 하늘에선 헬리콥터 여러 대가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금수원 상공을 맴돌았다. 물대포, 소방차, 구급차도 속속 도착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300여 명은 빗속에서 흰색 우의 차림으로 찬송가를 부르며 검경의 진입 시도에 항의했다. 검경은 오전 8시경 금수원에 진입했다. 지난달 21일 금수원 강제진입 이후 21일 만에 금수원의 빗장이 또다시 열리는 순간이었다.

○ 땅굴 탐지기까지 동원했지만…핵심신도 못 잡아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17일까지 유효하고 야간 수색도 가능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구원파의 총본산 격인 금수원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도피를 총괄한 핵심 인사 체포에 실패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경은 이날 금수원 내 유 전 회장의 집무실을 포함해 각종 건물과 빈 컨테이너 등 금수원 곳곳을 이 잡듯 수색했다. 검경은 비밀 땅굴이나 지하 벙커가 곳곳에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땅굴 탐지기계를 동원했고 예배를 보는 9000m²의 대강당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를 전부 뜯어냈다. 검경은 대강당 지하에서 소위 ‘지하 벙커’를 발견했지만 여기엔 의료 장비와 혈압 측정기기, 의료 약품 등이 있을 뿐이었다.

검경은 탐지견까지 투입해 수배자의 흔적을 추적했고 수배자 사진과 대조하며 신도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검경은 이를 통해 수배자와 공무 집행을 방해한 신도 등 6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 일가의 도피를 총괄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는 일명 ‘김엄마’(김명숙·58)와 ‘신엄마’(신명희·64) 등 여신도와 유 전 회장 운전사 양회정 씨(56·체포영장 발부) 등 핵심 인물은 찾지 못했다. 금수원 내 떡 공장 앞에서 김엄마의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과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48) 소유 외제 승용차가 발견됐다. 유 전 회장이 최근까지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해남군의 한 매실농장을 다녀왔다는 태권도 사범 최모 씨를 체포한 게 성과라면 성과였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신엄마를 금수원에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경은 또 차량 내비게이션, 차량에 적힌 각종 번호나 메모, 내부 폐쇄회로(CC)TV, 문서, 각종 영수증, 차량 운행일지, 컴퓨터, USB메모리 등 조금이라도 단서가 될 수 있는 물품을 모두 압수했다. 검경은 오후 7시 인력 일부를 금수원에 남겨 외곽 경비를 유지했으며 12일 아침부터 수색을 재개한다.

○ “최후의 카드에도 결과적으로 실패”

11일 검경의 금수원 압수수색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유 전 회장의) 검거가 이렇게 지연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질타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그만큼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검경의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난 것이다. 검경은 유 전 회장 부자 도피를 총괄 기획하는 금수원을 압수수색하면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지원을 끊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수원을 무력화시키면 최소한 전국 단위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기획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과 주요 도피조력자 신병 확보에 실패해 검찰의 무기력함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압수수색 직전 차량 20대가 금수원을 빠져나간 정황이 있어 이때 핵심 수배자들이 탈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 정보가 흘러나가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정보 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유 전 회장 일가의 밀항 우려가 커지면서 군 당국은 대형 함정과 초계기, 해안 감시 레이더를 동원해 초계활동과 경계를 강화했다.

안성=변종국 bjk@donga.com
인천=장관석 / 조동주 기자


[‘신엄마’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2014년 6월 13일자  「‘신엄마’ 자수, 태권도 선수출신 딸은 여전히 도피중」 등 제목의 기사에서 ‘신엄마’가 유병언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도피를 주도했으며,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의 인사에 관여할 만큼 교단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신엄마’의 지시로 딸(박 모씨)이 유대균씨의 도피를 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신엄마’는 청해진해운 대표의 인사에 관여한 바 없고, 딸(박 모씨)에게 유대균씨의 도피를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신엄마’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어떤 직책이나 역할을 맡고 있지 않았으며, 유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도피를 주도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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