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보 교육감의 과제]<1>도마 오른 혁신학교-자사고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 폐지”
진보교육감 취임과 동시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자율형사립고 평가와 혁신학교 확대다. 자사고의 경우 당초 교육부가 평가 완료 시점을 6월로 잡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평가를 중단하고 조희연 당선자가 취임한 이후에 다시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평가 기준, 일정 등을 다시 협의해 달라는 조 당선자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다른 진보교육감 당선 지역 역시 평가 일정을 조정하는 등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기존의 수업 방식보다는 혁신학교의 토론식 수업, 모둠 수업, 공동체 수업이 이상적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혁신학교의 운영 성과 중 수치로 명확히 드러나는 학력 부분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년 이상 운영한 서울 혁신학교 45곳을 평가한 결과 일반 학교보다 국영수의 학업성취도와 향상도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혁신학교 아이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교육부가 내놓은 ‘자율학교 성과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혁신학교 학부모들의 심층면접 결과 “기초학습이 부족해져서 학원과 학습지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이 나왔다.
더욱이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고교에서는 혁신학교를 꺼리는 분위기다. 혁신학교인 서울 B고의 한 국어교사는 “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이고 혁신학교의 취지에 매우 찬성하지만 현행 대입 시스템이 혁신학교식 수업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진보교육감들이 혁신학교 확대를 추진할 때 정해 놓은 숫자에 연연하거나, 목표치를 빨리 달성하기 위해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역별, 학교급별로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중장기적으로 예측해서 확대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감이 혁신학교 확대를 강조해도 일선 학교에서 이를 수용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목표치에 비해 신청 학교가 늘 적어서 자치구 교육지원청별로 학교를 할당해 채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의 연속성이 끊기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초중학교까지 주입식 교육을 받던 아이가 갑자기 고교에서 토론식 수업을 하거나, 자율적인 학교 분위기에 익숙하던 초등학생이 일반 중학교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11일 서울 성공회대에서 가진 고별 강의에서 “혁신 초-중-고, 대학으로 이어지는 계열화된 혁신학교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예산 문제도 선결 과제다. 혁신학교는 지역에 따라 연간 4000만∼1억4000만 원의 지원금이 나와 특권학교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황. 서울의 경우 현재 67개인 혁신학교를 4년 내에 200곳까지 늘릴 예정이라 연간 300억 원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희균 foryou@donga.com·신진우·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