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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천경자 화백 어디서 어떻게 지내나?

입력 | 2014-06-12 03:00:00


천경자 화백(90·사진)이 받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수당의 지급이 중단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천 화백은 1998년 섬유공예가인 맏딸 이혜선 씨(69)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간 뒤 2003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거동이 힘든 상태로 알려졌을 뿐 가족 외에는 직접 만난 사람이 거의 없어 천 화백의 상태를 놓고 온갖 소문만 무성했다.

예술원은 11일 “예술원 회원(현재 21명)은 월 180만 원씩 수당을 받는데, 천 화백의 경우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올 2월부터 수당 지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예술원 관계자는 “천 화백이 거주하는 뉴욕의 총영사관에도 확인을 부탁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예술원 측에서 수당 지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자 이 씨는 어머니의 회원 탈퇴를 요청했다.

이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퇴서를 낸 것은 사실이며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무총리실 등에 민원을 냈는데 연락이 없다”며 “아픈 어머니와 나뿐인데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어머니에 대해 아팠다, 죽었다 별 소문이 다 날 수 있지만 본인과 보호자가 아닌 사람에게 환자 상태를 알려주는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투병 중인 천 화백을 모시고 있는 그는 “어머니의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묻기도 하지만 그런 걸 왜 우리가 밝혀야 하나. 가족이 아팠을 때 남에게 시시콜콜 말하거나 보이기 싫은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술원이 어떻게 하든 신경 안 쓰겠다”며 “그저 어머니가 옆에 계신 것으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천 화백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말 예술원 개원 60주년 전시 ‘어제와 오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예술원에 따르면 이 씨는 ‘미인도’ 위작 시비와 관련된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전시에 작품을 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4월 개막한 전시에는 예술원이 소장한 천 화백의 작품 2점이 걸렸다. 예술원의 윤명로 미술분과위원장(화가)은 “탈퇴 요청이 천 화백 본인 의사인지 확인되지 않은 데다 회원 가입과 탈퇴는 총회 인준을 받아야 할 사항인 만큼 천 화백의 회원 자격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천 화백은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90여 점을 기증해 미술관 2층에 ‘천경자 상설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지난해 초 한국을 방문한 이 씨는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기증 작품의 반환을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미석 mskoh119@donga.com·정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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