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내각-靑 개편] 文총리후보 첫 회견 원론에 그쳐… 훈수 대신 국가개조 콘텐츠 필요
강경석·정치부
그의 손에는 A4용지 두 장이 들려 있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간 그의 소감문은 “나는 능력도 부족하고, 지혜도 모자라고, 국정경험도 없는 정말 부족한 사람”이라는 말로 시작됐다. 그러고는 “안전한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 나라의 기본을 다시 만드는 일을 위해 여생을 바쳐볼까 한다”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후보자로서 많은 말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야당이 ‘송곳 검증’을 벼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한껏 낮춰 겸손한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도 이해할 수 있다. ‘안전’ ‘행복’ ‘나라의 기본’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으니 각론은 차차 채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지명된 지 이틀밖에 안된 문 후보자에 대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일 문 후보자가 공식 기자회견 시작 직전 “우리 후배들, 고생한다”고 건넨 덕담마저 “국민보다 후배를 먼저 찾은 건 가벼운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문 후보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 후보자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성찰을 보여줘야 한다. 논평가의 세계에서 훈수하던 차원을 넘어 흔들리는 국정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 줄 책임총리의 모습을 기대한다.
강경석·정치부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