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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전직 기자와 국회의원의 ‘마스크맨’ 괴담

입력 | 2014-06-13 03:00:00


세월호 침몰 38일째인 지난달 23일 1인 인터넷매체인 ‘고발뉴스’ 이상호 씨가 진도 팽목항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만능인 것처럼 떠들어 기대를 부풀렸던 다이빙 벨이 한 사람도 건지지 못하자 실종자 가족들 욕을 바가지로 먹고 한동안 사라진 후였다. ‘최초 공개 세월호 잘못 채운 단추들’ 제목의 방송에서 이 씨는 ‘오렌지 작업복에 마스크 남성은 누구?’라는 질문을 던졌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양경찰이 제일 먼저 구해낸 사람이 오렌지색 옷에 흰 마스크를 쓴 신원미상, 정체불명이라는 것이다. 해경123 구조함에서 ‘오렌지맨’은 내 집처럼 당당한 태도였다며 클로즈업했다. 구조보트에서도 마스크 끼고 맨 앞자리에 앉아 특별대우 받는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배에서 계란 냄새가 났다”는 학생들 말과 한때 구원파였던 해경 국장이 폭발물 전문가라는 얘기, 그리고 ‘오렌지색 옷은 화학물질이나 폭발물 처리하는 사람들이 입는다’는 멘트로 세월호 폭파 의혹을 증폭시켰다.

▷SNS에선 ‘마스크맨’ ‘오렌지맨’이 화제가 됐다. ‘눈썹과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인이 아닌 것 같다’ ‘체구로 보면 군인이다’는 말이 떠돌았다. 밑도 끝도 없는 의혹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방송 3일 뒤 펴낸 ‘세월호 참사 110가지 의혹과 진실’ 자료집에서 “탑승자 명단에도 없는 마스크맨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해경이 가장 먼저 구조했는지, 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렌지맨’은 세월호 기관실 조기수 김모 씨(61)였다. 오렌지색 작업복은 기관실에서 일하는 선원들이 입는 옷이었다. 전직 기자와 국회의원이 황당무계한 괴담(怪談)의 제조 및 확산자가 되는 판이니 철없는 누리꾼을 나무랄 수도 없게 됐다. 두 사람은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자숙할 기미도 없는 이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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