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꿈-눈물로 버무린 별미村
마치 중국 어느 마을에 와있는 듯 착각이 들게 하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옌볜타운’. 거리엔 한자 간판을 단 음식점과 환전소, 노래방들이 즐비하다. 구로구 제공
장선희 기자
옌볜 거리는 원래 옛 구로공단 시절 공장 직원들이 빼곡히 모여 살아 ‘벌집촌’이라 불리던 동네였다. 이후 1990년대 공단이 쇠락하고 직원들이 하나둘 떠난 자리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중국동포들이 모여들면서 ‘옌볜 타운’이 됐다. 현재 이곳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들은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인천 차이나타운이 사람이 북적거리는 관광지 같은 느낌이라면, 가리봉동은 중국동포들의 삶이 느껴지는 작은 마을 같은 분위기다. 특히 ‘동포타운’이라는 대형 간판이 세워진 가리봉 종합시장 앞쪽으로는 소박한 중국 가게들이 몰려 있어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 ‘연길 명태어옥’ ‘동북 삼성반점’ ‘두만강 식당’ 등 중국 옌볜의 지명을 딴 음식점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뉴도 훠궈(火鍋·샤부샤부 계열의 음식), 궈바오러우(鍋包肉·찹쌀탕수육), 향신료 ‘쯔란’에 찍어 먹는 양러우촨, 개구리다리 요리 등 쉽게 볼 수 없었던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부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옌볜 타운이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숨은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다. 3층 이하의 상가 건물마다 ‘중국 노래방’, ‘길운(천지) 노래방’, ‘홍콩 노래방’ 등 중국 지명의 노래방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 춤과 노래를 즐기는 중국동포들은 별다른 오락거리 없는 이곳에서 노래방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대낮에도 노래방에서는 흥겨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옌볜 타운은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로 나와 가리봉 종합시장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