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스쿨 1, 2 스튜어트 깁스 글·김경희 옮김/각 권 176쪽, 212쪽/각 권 1만 원·주니어RHK
벤은 홀린 듯 스파이 스쿨에 입학하고 첫날부터 온갖 망신을 당한다. 예비 스파이를 꿈꾸는 천재들이 한데 모였지만 일반 학교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 벤을 궁지에서 구해준 친구는 말한다. “패거리 지어 다니는 애들, 실력 없는 선생님, 무능한 행정실 직원, 끔찍한 급식, 학교 폭력. 여기도 다 있어. 게다가 여기서는 이따금씩 누가 널 죽이려 들기도 할 거야.” 최악이다. 설상가상으로 첫날 밤 벤의 기숙사 방에 자객이 침입한다.
사실 벤은 학교에 숨어든 이중 첩자를 밝혀내기 위한 ‘미끼’였다. 수학을 잘하고, 집이 스파이 스쿨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말이다. 암호학 천재로 위장된 벤은 특급 천재 소녀 에리카의 도움으로 이중 첩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어른들에게 벤은 거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부속품에 불과하지만, 우왕좌왕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에리카와 벤이다.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고, 그 첩자는 학교를 몽땅 날려버릴 커다란 폭탄을 지하에 설치하는데…. 마지막 장까지 독자를 끌고 가는 서사의 힘이 탄탄해 읽는 재미가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틀고 꼬집는 유쾌한 유머 속에 10대의 고민과 고군분투가 명랑하게 그려진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