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교육-복종훈련-가족서열 주입… 반려견에 대한 상식 모두 틀렸어요”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 씨는 “사람에게 치유와 위로를 주는 이 위대한 동물을 쉽게 기르겠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혹시 준비가 안 된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 씨(29)는 이런 ‘상식’에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동아일보사)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붙인 책에서 294쪽 내내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개와 함께 살 준비가 돼 있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내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강아지가 착한 강아지라고 여깁니다. 왜 다른 집에서 항의할 정도로 짖는지, 왜 무는지, 왜 아무 데나 오줌을 싸는지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그런 행동을 하기 전부터 계속 신호를 보냈을 겁니다. 그러나 무심했고, 강아지가 나쁜 행동을 한다고 귀찮아하죠. 강아지도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강아지가 아무 데나 싼다고 해서 상담해보면 단순히 배변 문제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보호자가 새 물건을 잔뜩 들여놓는 바람에 집을 낯설게 느꼈거나 외롭고 힘든 감정을 그런 방식으로 표현한 거였죠.”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개 농장을 운영했다. 개가 존재하는 이유는 오로지 번식을 위해서였다. 소년은 그런 환경이 불편했다. 멋진 개 훈련사를 꿈꿨던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사설 훈련소에서 일을 배웠다. 권투를 했지만 체고에 진학하는 대신 방송통신고를 선택했다. 훈련사라는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호주 일본 노르웨이의 반려견 학교에서 연수를 했다.
그도 한때는 엄격한 개 훈련사였다. 잡아당길수록 목이 졸리는 초크체인(올가미식 개 목줄)은 기본이었고, 개가 말을 듣지 않으면 혼내고 때렸다. 훈련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공격적인 개의 경우 안락사를 권유한 적도 있다. 그는 그 시절을 돌이켜본다.
“그때 내가 실수했고 교육을 빙자한 학대를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개종을 했다고 할 정도로 접근 방식이 달라졌으니까요. 우리는 반려견의 삶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는 걸 잊고 삽니다. 밥 주고 산책하고 목욕시키는 시간부터 사료 브랜드를 결정하는 것까지요. 그런데도 개에게 더 많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고요? 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한 개체로 존중하는 것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