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싫지.” 친구가 말했다. 명백히 너의 잘못이란 것,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인정하지 않는 사람, 사과하지 않는 사람, 도리어 큰소리치는 사람. “근데 참 많지.” 나도 참 많이 봐왔다. 내가 언제? 발뺌하고. 그게 왜 내 탓? 아닌 척하고. 너 나한테 왜 그래? 화를 내고. 넌 뭐 잘났어? 종국엔 상대를 비난하기까지 하는 패턴. 왜 어려울까?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난 그게 더 창피할 것 같은데. 상대가 빤히 알고 있는데 발뺌하고 뻔뻔하게 구는 내 모습이 더 창피할 것 같은데.
“미안하다는 말 자주 하지 말라고, 난 지적받은 적도 있어.” 친구가 말했다. “그럼, 사람들이 만만하게 본다고.” 친구는 회사에서 이런 일도 있었단다. 친구네 부서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부터 그 일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사람, 그러다 결국 사고를 친 사람들은 따로 있었지만, 친구 역시 같은 부서고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으니 자기도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한 사람은 친구뿐이었다. 모두가 자기 탓은 아니라고 발뺌하는 가운데, 혼자만 책임지겠다고 말한 친구. 결국, 그래 다 네 탓이다. 그 사고로 징계를 받은 건 친구 혼자뿐이었다. “너한테 미안해하지 않아, 그 사람들? 나중에라도.”, “글쎄, 그건 모르겠고 불편해…는 하지.” 혼자만 미안하다고 하면 바보가 되고, 혼자만 책임지겠다고 하면 왕따가 된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친구는 그래서 고민이 된다고 했다. 내 아이가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못난 어른이 되는 건 싫은데, 그렇다고 혼자 책임지고 혼자 손해 보는 외로운 어른이 되는 것도 싫으니,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강세형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