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호 골의 주인공에게는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집중된다. 하지만 브라질 수비수 마르셀루(26·사진)는 13일 크로아티아와의 월드컵 개막전에서 첫 번째 골을 넣은 뒤 멋쩍은 표정으로 민망해했다. 0-0으로 맞선 전반 11분 크로아티아 이비차 올리치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다 공을 브라질 골문에 넣어 자책골을 기록했기 때문. 1930년 시작된 월드컵에서 개막 첫 골이 자책골로 장식된 것은 84년 만에 처음이었다. 게다가 1회 대회 때부터 20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은 브라질 선수의 역대 1호 자책골이었다. 마르셀루는 축구로 해가 뜨고 진다는 브라질의 열광적인 홈팬 앞에서 자칫 역적이 될 뻔했으나 팀이 3-1로 역전승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2007년부터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마르셀루는 수비뿐 아니라 뛰어난 스피드와 드리블을 앞세운 공격 능력까지 갖췄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수비수로는 드물게 15골이나 터뜨렸지만 이날 ‘오발탄’으로 가슴을 졸여야 했다. 마르셀루는 “너무 슬펐다. 그래도 팀을 위해 침착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자책골은 때론 비극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미국과의 조별리그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귀국 후 괴한이 난사한 총에 맞아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우승 후보로 꼽힌 콜롬비아는 약체라던 미국에 1-2로 패하며 16강 진출에도 실패했는데 에스코바르는 자국민들의 집중적인 비난에 시달렸다. ‘병 주고 약 준’ 자책골도 있었다.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네덜란드의 에르니 브란츠는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전반에 자책골을 넣은 뒤 후반에는 만회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1998년 프랑스 대회 때는 6개의 자책골이 쏟아져 역대 월드컵 단일 대회 최다 기록이 작성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미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는 ‘장군 멍군’ 자책골이 화제가 됐다. 미국과 포르투갈이 자책골을 각각 한 개씩 주고받았다.
한때 ‘자살골’로 불린 자책골은 영어로는 ‘own goal’이라고 하는데 수비수의 실책에 의해 골로 연결된 경우를 말한다. 공격수의 의도적인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골인된다면 자책골이 아니라 슈팅한 선수의 득점으로 인정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