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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용 수석 논문표절 의혹]동일문장 51개-의심문장 169개… 제자 논문과 59% 유사

입력 | 2014-06-16 03:00:00

표절검사 프로그램 돌려보니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송광용 신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논문과 그의 제자 김모 씨가 썼던 논문을 학계에서 검증된 논문 표절검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비교해 봤다.

최근 ‘논문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내 대학들은 논문에 대한 연구 윤리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표절검사 방식도 정교해졌다. 검증된 표절검사 프로그램들을 이용하면 논문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수치로까지 환산돼 표절 여부가 확인된다.

○ 제자 석사논문 발표 4개월 뒤 학술지 게재


송 수석의 서울교대 제자 김 씨가 10년 전인 2004년 8월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과정에서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 분석’ 논문은 △서론 △이론적 배경 △NEIS 도입에서 두 집단의 입장 차이 및 핵심 쟁점 △NEIS 도입 과정에서의 갈등의 전개 과정 분석 △논의 △요약 및 결론의 순서로 88쪽 분량이다.

4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송 수석이 제1저자로 발표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과정에서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 상황 분석’ 논문은 △서론 △분석의 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에서 갈등의 전개과정 분석 △협력 게임으로 가기 위한 방안 △요약 및 결론의 순서로 21쪽까지 이어진다.

두 논문의 구성을 비교하면 일부 소제목만 바뀌고 김 씨 논문의 3항(NEIS 도입에서 두 집단의 입장 차이 및 핵심 쟁점)이 송 수석 논문에서 빠져 있을 뿐 전개 방식이 거의 동일했다. 송 수석이 논문에서 밝힌 참고문헌, 참고사이트 등도 김 씨 논문에 나온 내용과 대부분 일치했다.

표절검사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동일 문장은 51개, 표절 의심 문장은 169개에 이르렀다. 표절 심사가 엄격한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학술지에 등재되는 수준의 논문이면 동일 문장이 3개만 돼도 표절로 본다.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된 두 논문의 ‘유사도’는 59%에 이르렀다. 대학에서는 유사도가 몇 % 이상이면 논문이 표절이라는 특정 기준은 없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같은 표절검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고교생들의 자기소개서 표절 여부를 확인할 때 조사에 들어가야 할 기준을 5%로 보고 있다. 유사도가 5%면 의심수준(Yellow Zone)으로 분류하고, 30% 이상은 위험수준(Red Zone)으로 인식해 사실상 표절로 본다.

실제 분석 내용의 일부를 보면 우선 송 수석 논문의 요약 부분에 ‘이와 같은 상호비협력적인 게임상황은 교육부와 전교조에게는 각자의 집단을 위해 최선의 전략을 선택한 것이었지만, 교육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상황을 초래했다’는 문장이 나온다. 김 씨 논문과 비교하면 ‘위와 같은’이 ‘이와 같은’으로 다를 뿐 나머지는 100% 같다.

서론에 쓰인 ‘특히 199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합법화 이후 전교조가 교육정책 결정과정의 중요한 세력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교조의 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가 두 집단의 갈등으로 표출되었다’는 문장 등도 역시 김 씨 논문에 그대로 있는 내용이다.

본보가 사용한 논문 표절검사 프로그램은 검사 대상 문서와 특정 문서 사이의 동일 문장, 표절 의심 문장 등을 분석해 두 문서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가려낸다.

○ ‘국립대 총장’ 출신의 표절에 자질 논란

학계에선 교육자 출신에 국립대(서울교대) 총장까지 지낸 인물이 이런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인 송 수석은 1976년 중학교 교사로 교편을 잡은 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지냈고 이후 서울교대로 자리를 옮겨 교수로 있으면서 2007년 이 대학 총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특히 그는 한국초등교육학회장 등을 지낼 당시 주요 인사들의 표절 여부를 검증한 주체이기도 해 이번 표절 논란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B 국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보통 교수 실적을 얘기할 땐 제1저자로 논문을 몇 개 썼느냐가 기준이다. 정해진 기간에 일정 실적을 쌓아야 하는 교수 입장에선 제1저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 수석은 통화에서 “당시엔 표절이란 기준 자체가 덜 엄격했다”면서 “김 씨가 논문을 쓸 때부터 내가 지도를 해준 부분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 모 사립대의 한 교수는 “제자 논문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제1저자로 발표해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식이면 직접 연구해 논문을 쓸 필요성도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인문·사회 계열 논문에선 당시에도 이런 경우가 드물었던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에서 교육정책 전반을 다루는 교육문화수석이 표절을 했다면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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