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거위농장서 고병원성 발병 969마리 도살… 방역초소 23곳 설치 5월이면 끝나던 AI, 계속되자 긴장… “텃새화된 철새와 접촉 감염된듯”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으로 분류돼온 강원도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AI는 지난달 23일 전남 담양군 육용오리 농장에서 마지막으로 발병한 뒤 20여 일 만에 재발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강원도에 따르면 횡성군의 한 거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바이러스가 14일 발견돼 이 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거위 969마리와 발생 농가 반경 500m 안에 있는 양계농가의 닭 20마리를 도살 처분했다. 2월 원주시 호저면 섬강 일대에서 채취한 철새 분변에서 AI바이러스가 나온 적이 있지만 강원도내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직접 발생해 도살 처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원도에서 AI 발생은 2008년 1월 춘천시 사북면의 한 토종닭 농장에서 20여 마리가 감염돼 도살 처분하고 더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강원도는 최문순 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방역대책본부를 꾸리고 AI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3km를 위험지역으로, 반경 10km까지를 경계지역으로 설정하고 가금류 이동 제한 조치를 내렸다. 또 횡성지역 23곳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24시간 운영하며 외부인의 출입 통제와 방역지역 내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경계지역 안에는 206농가에서 98만여 마리의 가금류를 사육 중이다. 홍경수 강원도 동물방역담당은 “AI가 발생한 농가가 거위를 방목해와 야생 조류에 의한 전염 가능성 등이 의심된다”며 “추가 발생 조짐은 없지만 확산 방지를 위해 농가별 소독 등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16일 발생한 이번 AI는 이미 150일을 넘겨 역대 최장 기간 발생 사례가 됐다. 그동안 가장 길었던 AI 발생 기간은 2010년 12월∼2011년 5월의 139일이었다.
한편 앞으로 추가로 AI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AI 종식 선언은 다음 달 말경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마지막 도살 처분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에 검사했을 때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 AI 종식 선언을 할 수 있다.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마지막 도살 처분일로부터 35∼40일이 지나야 AI 종식선언이 가능하다.
횡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