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보 교육감의 과제]<2>‘시한폭탄’ 또 불붙을 위기
1기 진보 교육감 임기 내내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12년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찬성하는 단체(왼쪽)와 반대하는 단체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번갈아 집회를 열고 있다. 동아일보DB
○ 4년 내내 충돌한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에서 처음 시행된 뒤 서울, 광주, 전북 등 다른 진보 교육감 지역으로 확대됐다. 지역은 달라도 반복된 일련의 과정들이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와 교육청의 충돌, 시민·사회단체들의 찬반 격론, 학교 현장에서의 혼란 등이다.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되던 서울학생인권조례는 2012년 1월 26일 공포됐다. △체벌 및 소지품 검사 금지 △학생의 두발 및 복장의 자유 △집회의 자유 △임신·출산 등에 의한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진보 성향의 곽노현 교육감은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라는 교과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했다. 이에 교과부는 곧바로 대법원에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내는 한편, 헌법재판소에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와 대법원은 교과부의 소송 제기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곽 교육감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는 지금까지도 이 판결이 내용까지 판단한 건 아니라며 조례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내용에 반한다는 것.
보수 성향인 문용린 교육감은 보궐선거로 2012년 12월 서울시교육청에 입성한 뒤 학생 두발, 소지품 검사 등이 가능한 방향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이에 민주당 다수의 시의회 측이 즉각 반발하면서 인권조례 논쟁은 진행형이 됐다.
○ 교권 보호 장치부터 마련해야
서울 용산구 A고의 임모 교사는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해석이 다르고 교육청도 교육감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바라보니 어느 장단에 맞출지 모르겠다. 학교마다 ‘눈치껏’ 적용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조례 적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보니 학생들이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식으로 조례 내용을 왜곡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 침해 건수는 2009년 1570건에서 2012년 7900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들이 정치, 이념에 따라 규칙도 제각각일 수 있다는 그릇된 법 상식을 가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4개 지역에서 시행되는 학생인권조례는 올해를 기점으로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조례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지역마다 정부, 시의회, 시민단체 사이의 충돌 소지는 다분하다. 특히 1년 반 만에 조례를 바라보는 시각이 또 바뀌게 될 서울과 처음으로 진보 교육감들이 들어서는 부산 충남에서는 갈등 폭이 클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교권 보호 장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교권 역시 학생인권 못지않게 존중되는 ‘인권 친화적 교권’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 사례를 배워 교권 강화 방식을 다각도로 고민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근본적으로 현장의 혼란을 막으려면 개별 학교의 자율성을 조례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최소한의 학생 권리 보호 수단으로 여기되, 지도 방식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안은 개별 학교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합의로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