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개발이권-인사권 향유… 책임 없고 권한만 있는 단체장 여야 정당-정치인들, 지역 발전 위한 고민보다 파당 이익-개인 영달에 눈독 지방자치제도 정상화 안하면 누가 선거 이겨도 주민은 패배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그런데 국회를 지배하며 제도와 경쟁규칙을 만드는 두 ‘새’당은 본령에 충실한 지방선거를 원하지 않은 듯하다. 오로지 자신들이 이기는 데만 집착할 뿐 누가 이기든, 설사 자기들은 지더라도 대한민국은 이기는 판(지방자치제도와 경쟁 규칙)을 만든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유권자들은 몇몇 정당과 광역단체장은 좀 알아도 나머지에 대해서는 ‘깜깜’한 상태로 투표했다. 이건 민주주의 능멸이자 죄악이다.
유권자의 무관심을 탓하기에는 두 당이 주도적으로 만든 제도와 규칙이 너무 몰상식했다. 단적으로 선거일 전 3∼4개월에 걸친 예비후보 기간에 명함 돌리기는 되는데, (명함 대신) A4용지 한 장 정도의 공보물은 왜 안 되나? 2013년 5월 8일자 중앙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은 ‘돈은 묶고, 말(言)은 푼다’는 보편 상식을 구현한 개선안이었지만, 두 당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로 인해 지방 발전 비전 논쟁이 뒷전으로 밀리고, ‘약속 위반 심판론’이 전면에 왔다. 세월호 이후에는 정권 심판론(세월호 심판론)과 ‘일 좀 할 기회’론(박근혜의 눈물)이 대결하였다. 합당과 당론 번복 과정을 압축적으로 거친 탓이겠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은 역대 최악의 변칙, 편법, 꼼수의 향연이었다.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모순도 곪아 터진 지 오래지만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다. 주민의 최대 관심사이자 핵심 지방발전 전략인 교육이 정치적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지자체와 분리되었다. 피선거권은 사실상 교원단체들과 교육 공급자들이 행사해 왔다. 보수는 이 해묵은 몰상식을 즐기다가 진보 교육감이 압승하자 부랴부랴 손보겠단다. 하지만 자신이 이기기 위한 규칙 변경을 국민이 납득할까.
교육 못지않게 지방 발전에 영향이 크지만 잘못 건드리면 대전차지뢰 같은 폭발력을 가진 고용, 공안(경찰, 검찰), 규제, 세금, 인사·조직 등은 지자체 소관이 아니다. 책임질 일과 원성 살 일은 대부분 대통령과 중앙정부 사무다. 하지만 지자체장은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을 보조금이나 교부세로 내려받아 선심 쓸 일은 많다. 게다가 부동산(택지, 건물, 도로, 경전철 등) 관련 인허가권과 개발 권능을 갖고 있기에 엄청난 이권을 주무를 수가 있다. 솔직히 현재의 지방자치제도는 정당과 정치인으로 하여금 염불(지방발전 비전·전략)보다는 잿밥(개발 이권과 인사권)에 눈멀게 한다. 지리민복보다 당리장복(黨利長福), 즉 파당의 이익과 단체장의 개인적 영달을 밝히게 만든다.
그 결과 지방선거에서 누가 당선·낙선했는지는 알아도, 내 삶과 우리 지역이 어떻게 변할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허리가 부러지고 손발이 묶인 현 지방자치제도는 누가 되든 큰 변화(실험)를 시도할 수 없게 만들어 놨는데, 설상가상으로 기득권 편향의 선거·정당제도는 그 작은 변화의 몸부림조차 불필요하게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