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도쿄 특파원
방청객 중 20, 30대도 꽤 눈에 띄었다. 이례적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거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반대를 외치는 집회에 여러 번 참가했지만 젊은이들을 만나긴 힘들었다.
실제 일본 언론사들이 실시한 집단적 자위권 관련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다. 집단적 자위권은 다른 나라가 공격을 받을 때 일본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일본 자위대원들이 해외 전투에서 피를 흘려야 하니 국민적 반대가 클 수밖에 없다.
‘헌법 해석까지 바꿔가며 집단적 자위권에 집착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대뜸 “내정 간섭에 해당하는 질문”이라며 정색을 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든 말든 한국 기자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 뒤에야 “위험이 따르는 일이지만 풍요를 즐기는 국가(일본)가 곤란한 국가의 평화 구축을 도와야 한다. 국민의 반대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추진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 국내 정치 문제에 속한다고 강조했지만 한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다.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한국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한반도 안보 관련 사항은 한국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집단적 자위권이 아니다. 2012년 12월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본이 가고 있는 방향성이 문제다.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지난해 4월), 11년 만에 증액된 방위 예산(2013년 예산), 자위대를 대폭 강화한 신방위대강(지난해 12월),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47년 만에 180도 바꾼 ‘방위장비 이전 3원칙’(올해 4월)…. 이 같은 움직임의 공통분모는 군사대국화다.
아베 정권은 ‘보통국가’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이름 아래 이 사안들을 진행시키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역시 세계 평화에 일본이 기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포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치권이 주도하는 방향성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부상, 북한의 위협, 미국의 방위비 분담 증가 요청 등이 이어지는 한 이 방향성은 바뀌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