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베이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치원의 시 ‘범해(泛海)’를 인용해 화제를 모았다. 시진핑은 “당나라 시대 최치원 선생님은 중국에서 공부하시고 한국에 돌아가셨을 때 ‘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푸른 바다에 배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하네)’이라는 시를 쓰셨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교류가 유구함을 최치원의 뛰어난 문장으로 풀어낸 것이다. 최치원은 868년(신라 경문왕 8년) 12세 때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7년 만에 당나라의 빈공과(외국인 자격으로 보는 과거시험)에 장원 급제한 인물로 경주 최씨의 시조다.
▷그가 쓴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은 반란을 일으킨 황소가 읽고 혼비백산해 줄행랑을 쳤다는 명문이다. 29세에 고향에 돌아온 그는 학식과 경륜을 펼쳐보려 했으나 신분제의 높은 장벽에 좌절한다. 지방 호족세력의 발호와 진골 귀족의 부패를 막기 위해 ‘시무책 10조’를 진성여왕에게 올렸지만 기득권층의 노여움만 샀다. 신라가 배출한 걸출한 인재임에도 나이 마흔에 공직을 떠나 은둔의 길을 걷는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