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전지훈련중인 현대건설의 김세영, 양효진, 한유미(왼쪽부터)가 천지연폭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출처|현대건설 양효진 선수 페이스북
LIG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 선정
러시앤캐시는 OK저축은행으로 팀 이름 변경
우리카드, 매각 결정…새 인수자 물밑작업 중
여자부 김세영 등 은퇴·베테랑선수 잇단 컴백
남자배구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3개 팀의 이름이 조만간 팬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신 여자배구는 기억 저편에 있던 베테랑들이 돌아오고 있다.
● V리그 남자부 LIG손해보험·러시앤캐시 주인 바뀌어
남자배구 LIG손해보험이 7월 KOVO컵을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한다. LIG그룹은 11일 LI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LIG손해보험 매각작업은 28일까지 최종 협상결과가 나온다. 인수협상이 성공하면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배구단은 KB금융지주라는 새로운 주인에게 넘어간다.
롯데그룹도 인수경쟁에 뛰어들었으나 LIG손해보험 노조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스포츠를 잘 이해하고 여자농구팀 KB스타즈를 보유하고 있는 KB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결정되면서 배구단은 한시름 놓았다. 해방 이후 철도국∼체신부로 시작해 1976년 금성통신으로 적을 옮기며 범 LG가문에 들어간 배구단은 이후 금성사(1982년)∼럭키금성(1985년)∼럭키화재(1992년)∼LG화재(1995년)∼LIG손해보험(2007)으로 이름을 바꾸며 배구 팬의 사랑을 받아왔다. LIG의 관계자는 “이번 KOVO컵이 LIG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대회다. 꼭 우승을 해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다음 시즌 도중에 팀의 주인이 넘어갈 우리카드
LIG와 러시앤캐시는 새로운 주인이 결정돼 문제가 없지만 답답한 것은 우리카드다. 10일 우리카드 측 관계자가 서울 상암동 KOVO 사무실을 찾아와 우리금융 이순우 회장의 뜻을 전했다. 우리금융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민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카드 배구단은 따로 매각하겠다는 최종방침을 밝혔다.
KOVO는 지난해 배구단 인수 때부터 우리금융의 열의가 보이지 않자 무조건 2년은 배구단을 운영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에 따라 우리카드가 이번 시즌까지는 KOVO와 약속했던 대로 컵대회 스폰서와 배구단 인수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배구단도 운영한다.
우리카드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들이다. 한때 한국배구의 미래를 이끌 선수들을 모두 모아놓은 희망이 가득한 팀이었지만 벌써 4번째로 주인이 바뀌는 혼란을 겪고 있다. KOVO는 새로운 배구단 인수자를 알아보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새로운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배구단은 해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KOVO 이사회는 더 이상 KOVO 관리체제로 구단을 운영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 김세영 현대건설 유니폼…컴백하는 베테랑과 은퇴선수들
여자부 현대건설이 결혼과 출산으로 은퇴했던 전 인삼공사 센터 김세영(33)을 최근 영입했다. 7개월 전에 아이를 출산한 김세영이 다시 배구를 하려한다는 얘기를 들은 현대건설이 재빠르게 움직여 컴백을 성사시켰다. 현대건설은 훈련 때 보모도 구해주고 출퇴근도 가능하다고 배려해줬지만 김세영은 아이를 언니에게 맡겨두고 숙소생활을 자청할 정도로 컴백에 적극적이었다. 훈련 첫날 실전에 참가했는데 여전한 높이와 기량을 보여줬다. 양효진과 함께 공포의 트윈타워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체력이 문제지만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어린 후배들에 뒤지지 않고 한라산 정상에도 올랐다.
●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의 트레이드 뒷얘기
두 구단은 16일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한국전력의 리베로 곽동혁을 삼성화재가 데려가고 다가올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한국전력이 가져가기로 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영입했던 6명의 신인 가운데 김명진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배구를 포기했거나 실업팀으로 갔다. 7시즌 연속 우승으로 신인드래프트에서 마음에 드는 선수를 데려올 가능성도 없다고 보고 다른 팀에서 방출한 선수 가운데 쓸만한 선수를 찾는 작업을 해왔다. 러시앤캐시와 한국전력에 눈길을 주고 있던 차에 곽동혁이 나오자 영입을 결정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내보내려던 차에 삼성화재의 제의가 왔다. 그냥 선수를 줄 수는 없어 8순위 지명권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주전 리베로 이강주가 있지만 또 다른 리베로 김강녕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고 이강주의 포지션 변경도 대비한 다목적인 포석으로 곽동혁의 영입을 결정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