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협회 간부, 남편 등과 정부보조금 빼먹기
국가보조금 수백억 원을 받아 청소년에게 경제교육을 한다는 사람들의 경제관념은 ‘(눈먼) 돈은 먹는 놈이 임자’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기획재정부로부터 5년 동안 보조금 270억 원을 받아 청소년 경제교육 지원 사업을 주관하면서 36억 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한국경제교육협회(한경협) 고위 간부 허모 씨(48·여)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2009∼2013년 A사에 청소년 경제교육용 신문인 ‘아하경제신문’ 제작을 비롯한 130억 원대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주고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허 씨 등은 A사에 가짜 직원을 등록하고 직원 급여 명목으로 돈을 빼돌리거나 A사 하청업체에 비용을 부풀려 지급하고 차명계좌로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아예 거래가 없는 업체에 편집 용역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뒤 되돌려 받기도 했다. 청소년 경제교육용 교재는 A사가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줘 만들었다.
경찰은 또 이 씨로부터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10년 4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매달 300만∼600만 원씩 모두 1억6000여만 원을 상납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 협회 사무총장 박모 씨를 구속했다. 상납된 돈은 교육용 교재의 발송 용역비를 부풀려 빼돌린 국고보조금이었다. 박 씨와 허 씨 등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2010년 11월 감사를 통해 협회가 A사에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몰아주고 있고 보조금 관리가 허술하다고 지적했지만 범행은 계속됐다. 허 씨는 경쟁입찰을 위장해 지인들을 입찰 심사위원으로 선정한 뒤 업체 심사평가 때 선정 업체를 공란으로 비워놓게 하고 A사나 A사 하청업체를 낙찰시켰다. 비리를 감시해야 할 기재부 관련 팀 공무원 12명은 이 씨 등으로부터 자문비 심사비 명목으로 40만∼1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선물세트를 수차례 받았다. 해당 공무원들은 기재부에 징계 통보됐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2008년 12월에 설립됐다. 기재부는 2009년 5월 경제교육지원법이 제정되자 이 협회를 주관기관으로 지정했으며 이명박 정부 실세 인사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협회 설립에 관여했다는 설이 나오면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가 아닌 단체나 기관이 국가보조금을 사용하는 사업을 발주할 때에도 경쟁입찰 방식으로 수주 업체를 선정할 것을 보조금 교부 조건에 명시해야 하고 관련 부처는 사업자가 예산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지 정기적인 감사와 수시 관리감독을 통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