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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은 性, 친척은 돈… 짓밟힌 지적장애 자매

입력 | 2014-06-17 03:00:00

주민 2명 상습 성폭행 임신시켜… 부친 유산담보 11억 큰아버지가 챙겨




2014년 1월부터 어머니와 세 자매 등 4명 모두가 1∼3급 장애인인 가정을 돌보던 목사 A 씨(49·여)는 지적장애 2급인 셋째 딸 B 씨(24)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발견했다. 임신 테스트기로 확인한 결과 양성, 즉 임신이었다. 성폭행을 의심한 A 씨는 3월 18일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가 시작됐다. 이들이 사는 마을은 고작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 강원도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강원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주민 최모(75), 이모 씨(50)가 B 씨와 지적장애 1급인 장녀 C 씨(27)를 상습 성폭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와 이 씨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자매의 집과 인근 축사 등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다 지난달 B 씨가 출산한 뒤 유전자 검사 결과를 증거로 제시하자 그때서야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이들 가족이 2012년 12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버지 D 씨(당시 59세) 명의로 시가 40억 원대 부동산이 있는데도 궁핍하게 살고 있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이 부분도 수사했다. 네 모녀는 하루 세끼를 먹기 힘들었고 겨우내 난방을 못해 손발에 동상이 걸릴 정도였다. 이를 딱하게 여긴 이웃의 요청으로 A 목사가 이 집을 드나들며 보살폈다.

수사 결과 자매의 큰아버지 E 씨(69)와 그의 아들(43)이 부동산과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밝혀냈다. E 씨는 2009년 8월 동생인 D 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10억8000만 원을 대출받아 동거녀의 가게 구입비,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 E 씨는 동생이 대출을 받아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D 씨가 장애 판정은 받지 않았지만 지적 능력이 떨어졌던 것을 이용해 D 씨를 꾀어 대출금을 가로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 씨 부자는 D 씨의 교통사고 사망보험금과 형사합의금으로 지급된 9000여만 원도 챙겼다. 자매의 장애연금 통장을 관리해주겠다고 속여 통장에 들어있던 1000만 원도 가로챘다. 이들 부자는 네 모녀의 기본적인 생활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경찰은 이웃 주민 최 씨와 이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E 씨 부자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 모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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