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층 늘어날 것… 당장 효과는 글쎄”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17일 LTV, DTI를 시장 상황에 맞게 손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LTV, DTI 완화책을 쓸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실수요층의 주택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져 부동산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 침체된 경기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더욱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어찌됐든 실수요층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은 반기고 있습니다. 재건축 단지는 집값 상승 여력이 있어 대출규제가 풀리면 투자가 더 활발해질 수도 있고요.”(서울 송파구 잠실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방침이 알려진 뒤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문의 전화가 늘었다. 이런 조치가 현실화되면 집값이 오를지 묻는 내용이 많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LTV, DTI 규제 완화의 주된 대상은 40세 미만 청년층과 은퇴자다. 40세 미만 근로자들에게 DTI를 적용할 때 현재 소득이 아닌 향후 10년간 연평균 소득을 추정해 소득으로 산정하는 제도가 올 9월 일몰되는데 이를 1년 더 연장한다는 것이다. 정기적인 소득은 없지만 자산 규모가 큰 은퇴자에게 순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조치도 1년 연장될 예정이다. 지역별로 차등화(은행 기준 수도권 50%, 지방 60%)돼 있는 LTV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LTV, DTI 완화가 움츠러든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은 “유효 수요층이 늘어나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다만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가 움직일 것이고, 주택 거래량이 늘더라도 가격은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임대소득 과세 완화 폭 늘려야”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대출규제를 풀기로 했지만 임대소득 과세라는 벽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실수요자들이 큰 빚을 감당하면서까지 집을 사려고 하지 않고 투자자들도 세금 문제로 고민이 많다”며 “정책이 적기에 나온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인 데다 DTI, LTV 규제 완화는 시장이 상승기일 때 효과적인 수단이라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임대소득 과세 완화 방침에 대해 3주택자들은 환영하고 나섰다.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연간 2000만 원 이하 월세 수입을 얻는 임대사업자에게 14%의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하기로 한 데 대한 반응이다. 3주택자인 김모 씨(59·서울 용산구)는 “월 70만 원에 월세를 놓던 집이 2채가 있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줄 알고 가슴 졸이다가 이번 조치로 부담을 덜게 됐다”고 안도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을 살리려면 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주택자의 80%가 2주택자인 만큼 분리과세 기준점을 3000만 원으로 올려 혜택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현재는 임대주택사업에 대한 과세 방침만 있지 인센티브가 없다”며 “투자형 주택의 집값이 하락했을 때 손실을 보전해주는 모기지를 도입하는 등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