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기자
그런데 플로레스 씨가 유명해진 이유는 단순히 외국인이거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가 아닙니다. 대학(서울대 전기공학과)을 한국에서 나와 외국인용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문제가 영어로 출제됨)와 면접, 즉 ‘삼성고시’를 통해 삼성전기 본사에 입사한 ‘외국인 신입사원 1호’(현지채용 제외)라는 점 때문입니다.
현재 플로레스 씨는 회로설계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데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아주 익숙하다고 합니다. 업무와 일상 대화를 100% 한국어로 하는 건 물론이고, 신입사원 연수와 각종 교육도 한국인 직원들과 똑같이 받았습니다.
결국 그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한국으로 유학을 왔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자신을 설레게 했던 IT 제품의 주요 부품을 만드는 기업에 입사한 거죠. 플로레스 씨의 꿈은 중남미지역 법인장, 즉 삼성의 첫 번째 본사 파견 외국인 해외법인장이 되는 것입니다.
플로레스 씨는 “지난해 말 고향에 갔을 때 ‘삼성맨이 돼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한류 열풍도 계속된다면 대학 학부부터 한국으로 유학 오고, 나아가 취업도 한국에서 하려는 외국인이 더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법인 직원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뽑는 건 이제 당연해졌습니다. 플로레스 씨를 보면서 그의 말처럼 한국 대기업 본사에 ‘공채 시험’을 거쳐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흔히 보게 되는 게 결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 같은 영향력을 유지한다면 말이죠.
이세형·산업부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