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케팅 3.0시대]<2>현대-기아차 월드컵 광고
현대·기아자동차는 3일(현지 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는 상파울루 아레나에서 선수단, 내빈, 운영요원 등이 탑승할 차량을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현대·기아차가 지원하는 1700여 대의 차량에는 브랜드 로고가 붙어 있어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2005년 내전이 한창이던 코트디부아르. 한 축구선수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전쟁을 멈춰주세요.”
이 광고는 코트디부아르 축구 국가대표선수 디디에 드로그바가 TV 인터뷰에서 “제발 일주일만이라도 내전을 중지해 달라”고 호소한 것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5월 17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이 광고는 코트디부아르가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면서 온라인 등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 스포츠 통한 소통과 화해
현대차 관계자는 “월드컵을 통해 전쟁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각종 갈등을 풀고 화해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예전부터 축구를 활용한 마케팅에 주목해왔다. 유럽 남미 등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지역에서 축구는 브랜드와 주력 모델을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999년 미국 여자월드컵을 시작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각종 대회에서 공식 파트너로 활동해왔다. 2000년부터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공식 후원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기아차는 2008년부터 현대차와 함께 유로 공식 후원사가 됐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은 현대·기아차에 유·무형의 브랜드 상승효과를 가져다줬다. 2010년 한 해 동안 코스피는 21.9% 상승한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각각 43.4%, 152.4% 급등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에서 지난해 현대차는 43위로 사상 처음 50위 안에 진입했다. 기아차도 83위로 전년보다 4계단 뛰었다.
현대·기아차의 스포츠 마케팅 전략은 최근 들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이철민 현대차 국내광고팀 차장은 “10여 년 동안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면서 현대·기아차를 바라보는 국내외 인식도 달라졌다”며 “제품 자체를 노출시키는 데 주력하기보다 함께하는 문화를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 등 유럽에서 방송되는 광고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널리 알려진 길거리 응원 같은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 등 16개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길거리 응원전을 펼치는 ‘현대 팬 파크’와 ‘기아 페스트’도 이런 맥락에서 마련된 행사다.
사회공헌 성격이 강한 스포츠 마케팅도 강조하는 추세다. 현대·기아차는 올 초부터 브라질 내 초등학생들을 위해 축구공 10만 개를 배포했다.
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는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대규모 스포츠 행사의 메인 스폰서를 맡는 등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세계시장에 브랜드를 알린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사회적 책임 같은 더 큰 메시지를 던지는 식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