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업계에서 ‘항공기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항공기를 구매해 항공사에 빌려준 뒤 임대료를 받거나 지분을 투자하고 비율에 따라 수익금을 받는 방식이다. KDB대우증권 외에도 교직원공제회가 지난해 중앙아시아의 한 항공사가 사용하는 보잉777 화물기 2대에 700억 원을 담보대출 형식으로 투자했다.
한국에서는 항공기 투자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검증된’ 투자수단이다.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등에 따르면 2011년 770억 달러 수준이던 항공기 투자 규모는 올해 112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잉은 앞으로 20년간 총 4조8000억 달러의 자금이 항공기에 투자될 것이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조300억 달러가 아시아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투자업계는 항공기 투자로 연간 5% 안팎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항공기는 채권에 비해 금리가 높은 데다 고가의 실물 담보가 있고 대부분 보험에 들기 때문에 손해를 볼 확률도 낮아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기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부족한 경험과 정보를 나누기 위한 세미나 등도 잇달아 열리고 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항공기 투자에 대한 설명회를 비공개로 개최했다. 안진 측은 “당시 수십 개 기관의 투자 관계자가 세미나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투자교육원도 7월부터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항공기 투자 관련 비즈니스 모델과 사례 등을 분석하는 항공기 금융 교육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개인투자자들도 항공기 투자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DB대우증권 등 일부 금융투자회사가 개인투자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항공기 투자상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