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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 수첩] 굿바이 ‘미스터 파드레’…토니 그윈, 짧은 생 마감

입력 | 2014-06-18 06:40:00


타격왕만 8회…샌디에이고의 슈퍼스타
우측 뺨 발생한 종양이 침샘암으로 전이
긴장 풀기위해 즐긴 씹는 담배가 암 원인

태어나는 것과는 달리 생을 마감하는 것은 순서가 따로 없다는 말이 있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던 토니 그윈이 17일(한국시간) 운명을 달리했다. 향년 54세.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포웨이에 있는 폼라도병원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미스터 파드레’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그는 1982년 데뷔한 후 20년 동안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군림했다. 통산 타율 0.338에 내셔널리그 타격왕만 8차례나 차지한 슈퍼스타였다. 평균 타율로만 보면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 이후 최고 기록(최소 3000타수 이상)이다.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박찬호는 ‘타격 천재’ 그윈이 이끄는 파드레스전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선수치고는 180cm의 비교적 작은 키에 몸무게가 102kg이나 나갔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볼록 나온 배를 지니고도 박찬호의 강속구를 능수능란하게 공략했기에 한인 팬들에게도 친숙한 타자였다. 특히 안타를 치고 베이스에 안착한 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짓는 미소는 100만 달러짜리였다.

은퇴 후 2004년부터 모교인 샌디에이고 스테이트에서 사령탑을 맡았던 그는 지난 11일 학교 측과 1년 더 계약 연장에 합의했던 터라 급작스런 부고 소식에 많은 팬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10년과 2012년 오른쪽 뺨에 발생한 종양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는 그윈은 목쪽 신경을 이식해 얼굴 근육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결국 침샘암으로 전이돼 이 같은 변을 당했다. 평상시 그윈은 “경기 중 긴장을 풀기 위해 즐겼던 씹는 담배가 암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됐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벼야 하는 축구의 경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처럼 조각 같은 몸매를 지닌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야구는 흔히 말하는 ‘똥배’가 나와도 그윈처럼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류현진도 별명이 ‘류뚱’일 정도로 몸짱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정도 술과 담배를 즐겨도 경기를 하는데 큰 지장이 없는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다.

“내 평생에 가장 멍청한 짓은 담배를 피운 것입니다. 여러분 담배를 꼭 끊으세요”라는 마지막 메세지를 팬들에게 전한 코미디 황제 고 이주일 씨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윈의 죽음과 자꾸 오버랩이 된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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