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와의 H조 첫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한국 시간) 대한민국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넬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진부한 표현이지만 ‘시작이 반이다’는 바로 2014브라질월드컵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벌써 첫 경기를 치르게 됐으니까요. 세계 최고의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우리 선수들은 이곳에서의 생활 내내 초긴장 상태에 있을 법도 한데, 이구아수의 대표팀 베이스캠프와 러시아전이 열린 쿠이아바에서 만나본 홍명보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생각보다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기성용 선수는 해외 언론의 평가절하를 오히려 반기고 있는 듯했습니다.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강한 팀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확신하고 있었죠.
우린 오랫동안 아시아의 강호로 자리 잡아왔고 월드컵에서도 단골손님이 됐지만, 본선 무대에선 늘 약체로 분류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리 주눅 들 필요는 없죠. 대회 초반부터 이변의 주인공이 된 코스타리카처럼, 우리 대표팀도 충분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사실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알기로 우리 대표팀의 목표가 지난 남아공대회보다 한 단계 위인 8강 진출이지만, 어느 누구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거나 설정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게 16강이 될 수도 있고, 8강, 더 나아가 4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월드컵에서 ‘1보 후퇴, 2보 전진’의 공식에 따라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번 돌이켜볼까요? 1954년 스위스대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32년 만에 나선 멕시코대회에선 박창선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첫 골을 터뜨렸고, 불가리아와 무승부를 거두며 첫 승점을 기록했죠. 19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3전패로 탈락한 한국은 4년 뒤 미국에서 스페인과 독일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 1998프랑스월드컵은 네덜란드전 0-5 참패와 차범근 감독의 해임이 이어진 악몽 같은 대회로 기억되지만, 2002년 우리의 큰 꿈이 이뤄졌죠. 2006년 독일에선 대회 초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탈락했으나, 4년 전 남아공에선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랐잖아요.
그러니까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설사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게 되더라도 저는 그리 걱정하지 않을 겁니다. 5년 전 결성된 ‘홍명보의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월드컵이 되겠죠.
● 정훈채는?
FIFA.COM 에디터. 2002한일월드컵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 안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축구와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후 UEFA.COM 에디터를 거치며 축구를 종교처럼 생각하고 있다. 국제축구의 핵심조직 에디터로 활동하며 세계축구의 흐름을 꿰고 있다.
쿠이아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