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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슨의 퍼거슨 따라잡기] 독일 조직력이 호날두를 지웠다

입력 | 2014-06-18 06:40:00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스포츠동아는 성남 일화(현 성남FC)와 강원FC에서 감독을 지낸 김학범 해설위원과 함께 2014브라질월드컵의 빅매치들을 분석하는 코너 ‘학범슨의 퍼거슨 따라잡기’를 진행한다. 축구팬들은 감독 시절 탁월한 전략과 전술을 선보였던 김 위원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에 빗대 ‘학범슨’으로 불렀다. ‘학범슨’의 날카로운 눈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해부해본다.

독일 괴체-뮐러-외질 삼각편대 맹활약
서로 자리 바꾸며 포르투갈 수비 ‘농락’

슈퍼스타 호날두 받쳐주는 선수 없어
경기 내내 전방 고립…기량 발휘 못해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죽음의 조’로 불리는 G조에 속한 독일과 포르투갈이 17일(한국시간) 사우바도르의 아레나 폰테노바에서 조별리그 1차전을 치렀다. 독일의 4-0 완승이었다. 조직력과 점유율 축구로 무장한 ‘전자군단’은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운 포르투갈을 대파했다. 전반 37분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레알 마드리드)가 퇴장당한 뒤 독일의 일방적 경기가 됐지만, 전체적으로는 슈퍼스타가 조직력을 넘지 못한 한 판이었다.

● 변화무쌍한 움직임으로 무장한 전차군단

독일은 전방에 마리오 괴체-토마스 뮐러(이상 바이에른 뮌헨)-메수트 외질(아스널) 등 3명의 공격수를 배치했다. 뮐러가 득점력을 갖춘 공격수이긴 하지만, 3명 모두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이뤄내는 하모니는 대단했다. 3명은 경기 내내 정해진 자리 없이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포르투갈 수비진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많은 움직임을 통해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펼쳐 골을 만들어냈다. 괴체는 여러 득점 찬스를 무산시키긴 했지만 매우 위협적이었다. 공격뿐 아니라 전체적인 조직력에서도 독일이 포르투갈을 압도했다. 포르투갈은 역습 위주로 풀어나가려 애썼지만, 높은 볼 점유율을 보인 독일 앞에선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 외로웠던 슈퍼스타

전반 12분 예상치 못한 페널티킥으로 먼저 실점한 포르투갈은 호날두를 최전방에 위치시켰다. 독일 수비수들에게 역습에 대한 부담을 주기 위함이었다. 호날두는 스피드, 개인기, 득점력을 고루 갖춘 슈퍼스타. 독일 수비수들은 호날두에 대한 부담으로 공격에 적극 가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호날두가 아니었다. 호날두를 받쳐주는 선수들이었다. 월드컵 지역예선부터 포르투갈은 호날두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다. 독일전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레알 마드리드에 있을 때 호날두가 위력적인 이유는 그 이외에도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반면 포르투갈대표팀 선수들은 이날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했다. 호날두는 몸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도 않았고, 외로움 싸움을 펼친 탓에 더 힘들었다.

● 멀티플레이어의 중요성

포르투갈은 페페가 퇴장 당한 직후 미드필더였던 하울 메이렐레스(페네르바체)를 중앙수비로 이동시켰다. 경기 도중 수비수가 퇴장 당하면 감독은 고민에 빠진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 수비를 맡아줄 선수가 없으면, 곧바로 교체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 포르투갈은 메이렐레스가 있어 조금이나마 고민을 덜 수 있었고, 베투 감독은 교체 카드를 활용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경기 도중 예상치 못한 부상자나 퇴장자가 나왔을 때 멀티플레이어가 있으면 감독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교체 카드를 다른 포지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매 경기를 결승처럼 치러야 하는 월드컵 무대에선 두 포지션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각 팀에 꼭 필요하다.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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