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의 부활 두터운 수비로 상대공격 차단뒤 역습… 네덜란드, 스페인 ‘티키타카’ 무력화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16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F조 첫 경기를 본 뒤 당황했다고 했다. 세계적인 강호로 우승까지 넘보는 아르헨티나가 축구계에서 퇴물 취급을 받던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온 탓이다. 포백 전술의 경우 양 측면 수비수들이 역습에 자주 가담한다.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이 적은 스리백은 상대적으로 수비지향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스리백은 ‘수비지향적이다’는 과거의 통설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등장한 전술의 새로운 트렌드를 알아봤다.
○ “아르헨티나가 스리백 쓸 줄은 정말 몰랐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패싱 축구인 ‘티키타카’를 깨기 위해 스리백을 썼다.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둬 사실상 5명이 수비를 하는 포메이션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과거와 달리 3명의 수비수를 미드필드 쪽으로 전진시켜 스페인을 압박하는 공격지향적인 스리백이다.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볼을 차단하면 곧바로 볼을 앞으로 찔러 역습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이때 수비수가 앞으로 나가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 쪽으로 내려서서 상대 반격에 대비한다. 네덜란드는 이 전술로 14일 B조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5-1로 완파하고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에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여의치 않자 후반에 포백으로 바꿨다. A조의 멕시코, D조의 코스타리카도 스리백으로 각각 카메룬과 우루과이를 무너뜨렸다.
○ 헐거워진 압박, 그리고 3명의 공격수
황 감독은 “전반적으로 전방 및 중원 압박이 줄었다. 현지의 날씨가 덥고 습도도 높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먼저 수비에 치중해 안정을 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선 무더위 때문에 경기 중 물을 마시는 ‘쿨링 브레이크’를 부분 도입했다. 출전 팀들이 이런 환경에 맞게 압박보다는 전체적인 균형감을 찾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압박이 느슨해졌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은 “과거엔 스페인의 패싱플레이를 저지하려고 달려들다가 망가졌는데 이번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뒤 차단해 역습하는 플레이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