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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중동戰線… 美-이란, 시리아선 ‘敵’ 이라크선 ‘아군’

입력 | 2014-06-18 03:00:00

맹방 이스라엘-사우디 반발에 美, 이란과 군사협력 가능성 낮아
터키도 쿠르드족 분리독립 우려… 시리아 반군 지원-이라크 정부 옹호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갈등에서 촉발된 ‘이라크 사태’에 미국과 주변 중동 국가들이 영향력 행사에 나서면서 복잡한 정치지형이 그려지고 있다. 적대적 관계였던 미국과 이란이 서로 협력할 의사를 밝히는 등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혼란스러운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2011년 이라크전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철군한 미국이 이 혼란의 중심에 있다.

○ 미, 시리아선 수니파 이라크선 시아파 지원

미국은 이라크 안정을 위협하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 공습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라크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현 정부는 미 군정의 지원 아래 2006년 집권한 시아파 출신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끌고 있다.

이라크에 또다시 군사 개입하기를 꺼리는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앙숙 관계였던 이란과도 협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국으로 미국과 마찬가지로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2000여 명을 이라크에 파병한 것도 시아파 우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ISIL을 막고 이라크 정부를 지켜야 한다는 공통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 미국-이란, 이라크 밖에서는 ‘적’

시리아 내전에서는 미국과 이란은 분명한 ‘적’이다. 미국은 시리아 반군을,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대량학살 정권으로 규정하고 몰아내려고 한다. 이를 위해 ‘수니파 맏형’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반군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이란-이라크-시리아’로 이어지는 시아파 정권의 ‘초승달 벨트’를 보호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자처했다.

시리아,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터키도 미국과 비슷한 처지다. 시리아와 전통적 라이벌인 터키는 이슬람 종파와 상관없이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을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터키는 시리아의 반군인 자유시리아군에 활동 거점을 제공해 이란의 반감을 샀다.

하지만 이라크에서는 터키도 이란과 협력할 태세다. 이라크 정부가 혼란에 빠져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득세하면 터키에 있는 쿠르드족이 힘을 합쳐 분리 독립에 나설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약 4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쿠르드족 가운데 가장 많은 1200만∼1500만 명이 터키에 거주하고 있다.

○ 이스라엘, 사우디도 미국 행보 주목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이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니파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 역시 미국과 이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란 핵문제가 진퇴양난을 겪고 있는 점도 양국의 협력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같은 수니파이지만 사우디가 무조건 ISIL을 지지할 수 없는 것도 복잡한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다. ISIL은 사우디엔 ‘양날의 칼’이다. ISIL이 기본적으로 수니파 무장세력이지만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도 연계돼 있어 사우디에 훗날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는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를 비판하는 ISIL 단원 모집 전단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 전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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