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사진부 차장
이 동영상은 교회의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언론사에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밤 편집본이 KBS를 통해 방송됐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바로 다음 날 “악의적이고 왜곡된 편집”이라며 전체 동영상을 뒤늦게 입수해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했다.
신문 사진 밑에는 사진 설명에 해당하는 ‘캡션’이 붙는다. 동영상에도 누군가가 붙여 놓은 캡션이 따라 다닌다. 캡션을 붙인 사람은 이미지를 찍은 당사자일 수도 있고, 그것을 재가공한 사람일 수도 있다.
정부는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심’은 이미 국회 밖에서 동영상 파일에 대한 사전 검증을 시작했다. 악의적 편집인지, 명백한 검증 자료인지를 확인하려고 이미 많은 국민이 소중한 하루를 쪼개 동영상을 보았다. 비록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총리 후보자의 철학과 능력에 대한 입장을 각자 정리하고 있다.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미지의 기록과 해석, 유통은 아주 쉬워졌다. 일부 방송에서는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는 편집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2009년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일으킨 ‘슈퍼스타 K’를 누리꾼들은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렀다. 공정하지 않은 화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래도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은 악의적 편집이 있다 하더라도 출연자들의 실력과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편집의 대상이 된 당사자들이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맥락이 다르다는 해명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있으나 마나 한 해명이다. 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 동영상이 이런 사례가 될 것이다. 혹시 나중에 선거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말과 글, 이미지를 모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청문회는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청문회는 정치인들이 불리한 사실을 어떤 논리로 피해 가며, 반대 진영에선 어떤 자료를 들이대며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이 인사검증 과정만큼은 국민 전체를 위해 그대로 전달돼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