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 같은 온기와 인정이 넘치는 시골 마을에 대한 환상을 깨뜨린 사건이 또 벌어졌다. 1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강원도의 한 마을에서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27세, 24세 자매를 상습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시킨 이웃 주민 2명이 최근 구속됐다. 아버지는 2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와 세 딸까지 모두 지적장애인인 탓에 자매는 범죄에 무방비 상태였다. 게다가 큰아버지 부자(父子)가 아버지의 재산까지 빼돌려 네 모녀는 끼니를 걱정할 만큼 궁핍하게 지냈다. 이웃도, 가까운 친척도 사람 노릇을 포기한 인면수심(人面獸心).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지적장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다. 성에 대한 인식이나 사후 대처 능력 등이 부족한 점을 가해자들이 악용해서다. 외지인에게 폐쇄적인 작은 공동체에선 서로 이웃해 살아가는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성폭력 예방과 인권 보호를 위한 정기적 모니터링, 피해자들이 상처를 씻고 다시 설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장애 여성이라고 예외가 돼선 안 될 일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