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獨볼프스부르크 공장 르포
‘골프’를 생산하는 폴크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 내부 모습. 이곳에서는 차량을 공중에 매달아 상하좌우로 조절할 수 있는 ‘텔레스코픽 암’을 활용한다. 그 덕분에 근로자들은 몸을 숙이거나 쭈그리지 않고도 작업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 제공
○ 너무나 다른 작업장 풍경
볼프스부르크 공장에 들어서니 생산라인에 바짝 붙어 있는 근로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스마트폰을 쓰는 근로자를 한 명도 볼 수 없다. 라디오를 틀어놓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은 근로자들이 가끔 눈에 띌 뿐이었다. 이곳 관계자는 “작업에 피해를 주는 일은 노사가 협의해 금지하고 있다”며 “작업 중 휴대전화를 보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지난달 30일 찾은 울산공장은 볼프스부르크와는 딴판이었다. 오후 2시 30분경 울산공장 내 한 작업장. 엔진 등을 조립하는 라인에는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진 차량이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차량 옆에는 각각 두세 명의 근로자가 있었다. 이들 손에 들린 것은 공구가 아닌 스마트폰. 일부는 의자에 앉거나 캐비닛 등에 기대어 게임에 열중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작업 중에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제지하거나 처벌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오후 3시가 지나자 공장 출입구 주변 그늘마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탄 사람들을 포함해 출입구마다 족히 수백 명은 되는 듯했다. 대다수는 작업복 대신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들 대다수는 근무 종료 시간인 3시 반이 되기 전에 자신이 맡은 물량을 처리하는 이른바 ‘올려치기’를 한 근로자들일 것”이라며 “이들이 공장 밖으로 나가려고 기다리는 모습은 마치 ‘보스턴 마라톤’ 출발선에 선 선수들을 보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 증산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라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자동화 비율은 약 95%. ‘텔레스코픽 암’이라는 로봇을 포함해 다양한 기계가 근로자들의 작업을 돕는다. 강철판을 만드는 프레스라인, 차체를 결합하는 보디라인, 각종 부품 조립라인을 거치면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진다.
주문이 쌓여도 쉽게 증산을 하지 못하는 울산공장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노조와 울산 4공장의 증산을 협의하고 있지만 5개월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맥스크루즈’ ‘그랜드 스타렉스’는 북미 중동 등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주문량이 각각 1만2000대, 3만2000대나 밀려 있다.
주문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약 1000억 원을 들여 증산을 위한 설비를 구축했다. 하지만 설비 가동에 대한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모델은 계약자의 30%가 구매를 취소하는 등 피해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볼프스부르크·울산=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