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첫 간부진 인사 부총재보 모두 유임… 안정 택해, 첫 女실장에 전태영씨 발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두 달 만에 국실장급 이상 간부진에 대한 첫 인사를 단행했다. 일각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김중수 전 총재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대대적인 ‘인사 태풍’은 없었다. 김 전 총재 시절 임명된 5명(김준일 강준오 강태수 허재성 서영경)의 부총재보(補)도 모두 유임됐다. 이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이 총재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도 교체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 총재가 간부 진용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술렁거리던 한은 내부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 ‘김중수 지우기’ 논란 일단 봉합
이 총재는 부총재 시절 김 전 총재와 편치 않은 관계였다. 이 총재가 4월 취임하고 사흘 만에 일부 간부 인사를 단행하자 ‘김중수 지우기’ 논란이 일었다. 전임 총재 시절 ‘잘나가던’ 인사들을 한직으로 발령하고 과거 좌천됐던 간부는 요직에 등용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첫 간부 인사에서 이들을 모두 안고 가는 쪽을 택해 이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총재보들은 (외부에) 좋은 기회가 있으면 몰라도 임기 전에 ‘나가라’고 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처음으로 고위직 인사에 대한 의중을 밝힌 것이다. 이어 청와대의 새 부총재 임명을 기다리지 않고 18일 국·실장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총재에 이어 부총재보들까지 변동이 생기면 조직이 동요했을 것”이라며 “이 총재가 인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로 마음을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최초 여성 본부 실장 탄생
이 총재는 이날 간부 인사를 한 뒤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이번 인사는 순환보직의 필요성과 평판의 중요성이라는 큰 원칙에 따랐다”며 “지난 64년의 한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직원 간 불신과 갈등, 그리고 그에 따른 논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은 최초의 여성 본부 실장(전태영 국고증권실장)을 탄생시키는 등 김 전 총재의 여성 인재 중용 방침도 계승했다.
다만 이전에 발탁됐던 주요 부서 국실장 중 일부가 교체되면서 일각에선 “김중수 지우기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의 한 간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는 있다”면서도 “박 전 부총재가 자신의 용퇴를 계기로 조직의 안정을 바랐던 만큼 더는 한은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