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보 교육감의 과제]<3>재지정 놓고 정부와 갈등 6월까지 재지정 평가하려던 25곳… 당선자들 중단 요구, 벌써 충돌 “일반고 슬럼화” “수월성 교육” 맞서… 학부모 반발-교육부와 협의 진통 예고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고 진선여고에서 열린 전국 자사고 특목고 입시설명회.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자사고 25곳에 대한 지정취소 여부는 8, 9월 확정될 예정이다. 동아일보DB
자사고는 이념 성향에 따라 가장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사안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대체로 수월성 교육과 교육 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을 강조하는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외국어고, 과학고, 자사고 등을 특권학교로 규정해 폐지 대상으로 보고 있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2009년에 도입됐다. 건학이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다양화해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설립 취지다. 하지만 일선 사립학교들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단기간에 무리하게 숫자를 늘리면서 대학입시용 학교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 현재 49곳의 자사고 중 38곳이 진보 교육감 당선자 관할 지역에 있으며, 이 중 25곳이 서울에 있다.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 자사고 폐지를 취임 첫 과제로 강조하는 이유는 일반고 몰락의 원인이 자사고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자사고는 지난해까지 중학교 내신 50%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에 문제를 느낀 교육부는 올해 초 평준화지역 자사고 39개교의 선발방식을 ‘선지원 후추첨’으로 바꾸려 했다. 하지만 자사고와 학부모의 반발로 서울은 추첨 후 면접, 지방은 기존 선발방식대로 내신 성적 제한을 유지하는 식으로 한발 물러났다.
학생 선발권을 가진 자사고에 성적 우수 학생들이 몰리면서 주변 일반고의 교육환경이 더 악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타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자사고에 몰리면서 자사고 인근 일반고는 학급당 학생 수가 증가하는 현상도 일어났다. 서울 마포구의 일반고 정모 교사는 “일반고 신입생 중에는 국제고, 특목고, 자사고에 떨어졌다는 무력감 때문에 입학 초기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늬만 자율일 뿐 천편일률적인 입시학교로 기형화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교육과정 편성이 자유로워서 일부 자사고는 국영수 수업 시수를 확대해 ‘대학입시에 최적화된 학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나 돼 서민들은 쉽게 진학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전국 고교 수의 2.7%에 불과한 49곳의 자사고가 1520곳이나 되는 일반고의 위기를 불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반고의 위기는 1990년대부터 누적된 각종 문제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사고를 무조건 폐지하는 것은 교육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설립된 지 4년밖에 안 된 자사고를 지금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각지에 자사고가 생기면서 서울의 강남, 목동 등으로 이사를 가는 현상이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자사고가 가장 많은 서울은 가장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에 5년 지정 기한이 끝나는 25곳 가운데 21곳이 진보 교육감 관할 지역에 있으며 이 중 14곳이 서울에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12일 인수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과제로 자사고 평가 방식 검토를 꼽아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조 당선자는 “인수위의 검토 작업을 통해 자사고가 교육 불평등에 미친 효과, 지역 사회에 미친 평가 지표를 보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자사고 지정과 지정 취소는 교육감 권한이지만 현행법상 교육부와 협의를 하도록 한 것이 폐지 수위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수월성 교육은 필요하며 폐지론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해 진보 교육감들과의 갈등을 시사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