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 ‘이브 생로랑’
블룸즈베리파트너스 제공
그런 점에서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로랑(1936∼2008)의 삶은 영화인들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테다. 샤넬,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어깨를 겨룬 이 ‘20세기 패션 아이콘’은 천재이지만 신경쇠약과 약물중독에 시달렸던 유약한 인간이기도 했다.
알제리 태생의 이 미남 동성애자는 줄곧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으며 프랑스와 미국에 머물며 동시대 예술가들과 교류도 활발히 했다.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화제성 덕분인지 최근 프랑스에서는 그를 소재로 한 두 편의 프랑스 영화 ‘이브 생로랑’과 ‘생로랑’이 제작됐다.
영화는 디자이너로서의 일대기에 충실한 편이다. 생로랑의 핵심적인 패션쇼부터 몬드리안의 작품 스타일을 디자인에 적용하기까지의 과정, 여성용 정장바지를 선보여 패션의 혁명을 일으킨 내용 등이 시간 흐름에 따라 촘촘히 등장해 눈이 즐겁다. 또 디오르, 카를 라거펠트, 앤디 워홀, 엘리자베스 아덴, 장 콕토 등 20세기를 주름잡았던 패션·예술계 명사들의 모습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중심은 생로랑과 그 연인 피에르 베르제의 러브스토리다. 주인공은 생로랑이지만 베르제는 화자로서 내내 영화를 이끈다. 여기에는 영화의 제작에 피에르 베르제-이브 생로랑 재단의 지원이 컸던 것도 한몫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일까. 영화 속 생로랑은 동료 라거펠트의 애인을 비롯해 여러 사람과 바람을 피우지만 그럼에도 베르제에게 “내 인생의 남자는 너”라고 말한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불안에 떠는 천재를 연기하는 피에르 니네(생로랑 역)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화자인 베르제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고 캐릭터가 일관되지 못한 느낌이 남는 것은 아쉽다. 좋은 재료도 남용하면 맛이 떨어진다. 청소년 관람 불가.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