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관계 악화일로] “美日 안보협력지침 개정 시한 2014년말에서 더 늦출수도 있어”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8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18일(현지 시간) 한일 과거사 갈등에 일본의 반성이 우선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국도 일본과 화해하는 포용적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 집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러셀 차관보는 동아일보가 보낸 사전 질문의 답변을 메모지 10여 장에 빼곡하게 정리해 와 1시간에 걸쳐 답했다.
“만약 아베 정부가 검증 작업을 통해 고노 담화를 뒤집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세계는 충격을 받고 실망할 것이다. 미국은 검증 결과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면 환영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월 방한 때 위안부 동원에 ‘충격적 인권침해’라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말까지 미일 안보협력지침을 개정하려고 헌법해석 변경을 서두르고 있다. 지침 개정 시한은 꼭 지켜져야 하나.
“지침을 개정하려면 헌법 변경에 대한 일본 정부와 국민의 의중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시한을 연말에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급진전되는 북한과 일본 간 납북자 협상을 어떻게 보나.
―과거사 갈등이 한일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한일 양국이 과거사 갈등을 넘어서 화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당시 발언도 주목해 줬으면 한다. 일본이 먼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한국은 일본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달 방한에 미국은 어떤 당부를 하고 싶나.
“이번 방한은 한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협력에 이정표가 될 것이다.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기 전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내 희망은 시 주석이 북한 비핵화를 막고 북한 주민을 돕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북한은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핵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는 것도 잘못이다. 올바른 첫걸음은 국제사회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위기는 지났다고 보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발적 행동은 김정은에게 달린 문제다.”
―2012, 2013년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인가.
“2009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당시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방북했을 때 나도 따라 갔다. 그 이후 비밀리에 북한을 다녀온 적은 없다.”
―최근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두고 한국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시키려 압력을 높인다고 우려하는데….
“미국은 동맹국들에 압력을 넣지는 않는다. 미국은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한국과 방어능력의 상호 운용성 논의를 한다. 그중에는 MD 체계의 상호 운용 문제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웨스트포인트에서 신 외교독트린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의미인가.
“미국 대통령의 연설 내용과 실제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웨스트포인트 연설 주제는 테러리즘과 무력 사용이어서 한반도와 직접 관련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 전 한국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네 차례나 방문한 적이 있나.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의 가장 귀중한 필수품인 ‘시간’을 내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