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못지않은 외피아]

○ 고위직 절반 이상은 외교관 차지
국내 26개 국책연구기관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운영방식도 변모했다.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연구 방향과 예산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외교원은 외교부 산하여서 이런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국립외교원이 ‘외교관 후보자’ 과정을 시작하면서 임명한 석좌교수와 겸임교수는 모두 외교부 장관 또는 외교부 고위 간부 출신이다. 외교원의 부장급 이상 간부 11명 가운데 7명(64%)도 외교관이다. 외교관 경험 자체가 전문성의 일부지만 이들이 연구·교육 책임자 자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주입식 교육하는 외교관 아카데미
지난해 간부 1명은 공관장 시절 예산을 전용한 사실이 적발돼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다. A 씨는 2010∼2012년 대사 재직 시절 외교네트워크 구축비 6200달러를 배정받아 6138달러(약 630만 원)를 본인과 배우자의 골프장 경비와 휴가비로 썼다. 공적으로 쓴 돈은 62달러(약 6만3000원)로 예산의 100분 1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6138달러를 환수하고 A 씨에게 ‘주의’를 주라고 통보했다.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예산을 사적으로 쓰다 적발된 대사를 외교관 양성기관 고위직에 임용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반면 우수 인재 영입은 지지부진하다. 당초 발표대로라면 외교원은 올해까지 외국인 교수를 대거 충원해야 했다. 하지만 상근, 비상근을 통틀어 외국인 교수는 전무하다. 에릭 스톤 스웨덴 국방대 교수가 강의를 맡기로 했다지만 애초 계획에는 한참 못 미친다.
○ 근거 약한 ‘2040 통일비전 보고서’
16일 나온 국립외교원의 ‘2040 통일한국 비전 보고서’는 “2040년 통일이 되면 남북한 소득이 각 8만 달러, 5만6000달러인 세계 7대 강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원은 “과거 동유럽권이 체제 전환 때 소득이 급격히 올라간 점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남북한 군대도 지금의 180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줄어든다고 밝혔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한 민간 전문가는 “분석이 결여됐고 논거도 부족해 C학점짜리 보고서”라고 혹평했다.
특히 통일 과정에 수반되는 비용은 뺀 채 편익만으로 보고서를 만든 것은 반쪽짜리라는 평가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전 성균관대 교수)이 2011년 통일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 통일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765조∼3043조 원(남한 GDP의 1.4∼5.5%)의 비용이 필요하다. ‘장밋빛 보고서’라는 지적에 대해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분야별 심층 연구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