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5>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는 “관운을 타고났다”는 말을 듣는다. 김포군수, 시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때 안전행정부 장관에 이어 6·4지방선거에서 인천시의 수장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현 정부와 소통하며 인천 발전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6·4지방선거에서 송영길 현 시장을 힘겹게 누른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57·새누리당)는 선거 기간 ‘힘 있는 시장론’과 ‘진정성’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10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와 채널A의 공동인터뷰에서 “대통령, 정부와 언제든 소통하면서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낼 ‘힘 있는 시장’이라는 호소가 시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당선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인천발 고속철도(KTX) 신설과 인천시의 막대한 부채 문제 해결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또 지역발전 촉진에 필수적인 국고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벌써부터 중앙에서 다져온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는 채널A 이기홍 부본부장과 동아일보 정연욱 정치부장이 함께했다.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송 시장에 비해 인지도에서 뒤져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했던 점도 힘들었다.”
―유 당선자가 ‘대통령의 남자’라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선거 막판에 ‘박근혜 마케팅’이 주효한 것인가.
“박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다 알려져 있다.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인천의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을 만들어가려면 시장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0년간의 행정 경험과 정치활동이 시를 이끄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 정부의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줄곧 알려왔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토박이 시장이 드물지 않나.
―근소한 표차로 이겼기 때문에 절반의 민심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 정치적 과제다. 또 인천에선 진보 교육감이 선출돼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선거 과정에서는 내 편, 네 편이 있지만 선거 이후에 시민만 존재할 뿐이다. 이제 시민을 섬겨야 한다. 특히 교육에선 보수와 진보가 없다. 누구나 진보 또는 보수 성향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인천 교육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선 진보 보수의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좋은 정책을 공유하고 수렴할 것이다.”
―주민들이 공약 중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추진 방안에 대해 궁금해한다. 인천시의 지분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공항 민영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공익성과 민간 경영 노하우를 접목하는 방안은 서로 공존할 수 있다. 민영화가 된다면 인천시가 지역에 소재한 공항의 지분에 참여해 공공기관의 역할을 다하고, 경제적 이익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기술적 행정적 검토를 마친 상황이다. 인천발 KTX는 철도를 새로 개설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인천∼수원 협궤선을 대체하는 수인선을 건설 중인데, 이걸 경부고속철도 수원역까지 연결하면 된다. 예산이 1600억 원밖에 들지 않고 국비로 하는 것이라 인천에는 부담이 없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인천시 주변 교통망 연계에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 않나.
“GTX 건설과 경인전철 및 경인고속도 지하화를 하려면 재원이 많이 들어간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박 대통령의 공약이어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GTX의 경우 지방비 부담이 총 예산의 12% 정도인데, 이것도 인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나누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경인전철 지하화는 4조3000억 원 정도 들 텐데 지상 부지 매각 수익 2조 원을 활용하면 된다.”
―외국계 카지노사업이 인천 영종도에서 시작됐다. 외국 자본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텐데, 투자사업을 더 키울 생각은 없나.
“인천은 어느 지역보다 투자 유치에 있어 경쟁 우위에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고 영종 송도 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국제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시장 직속의 투자유치단을 두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고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키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는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다. 국제경기를 잘 치르는 것이 시장의 첫 임무인 것으로 보인다.
“취임 전까지 ‘희망인천준비단’에서 아시아경기대회 안전팀을 구성해 안전 우선인 대회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 시장에 취임하면 대통령 주재의 아시아경기대회 점검회의를 열 것이다. 특히 북한이 아시아경기대회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남북 공동 입장과 부분적인 단일팀 구성 문제는 남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이들 사안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추진해 나갈 것이다.”
유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20일 오전 8시 채널A의 ‘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왼쪽)가 10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 20층 접견실에서 채널A 이기홍 부본부장(가운데), 동아일보 정연욱 정치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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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부처 장관들 만나 현안 설명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는 자신의 정치 행로에 대해 ‘숙명론’을 자주 거론한다.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고 관선 김포군수까지 된 뒤 1995년 민선1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관선 때 인연을 맺은 주민 수천 명이 연판장을 들고 출마를 강권했다. 당시 무소속 후보로 당선됐다. 김포에서 민선시장 연임에 성공한 뒤 17∼19대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친박계의 몫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 뒤엔 첫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차출됐으며, 이번 지방선거에선 여권 내 중진 차출론에 따라 정치적 고향인 김포를 버리고 인천시장 후보로 나섰다.
그는 “어떤 자리를 탐내 본 적이 없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거부하지 않고 충실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게 자신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여권 실세로서의 힘을 강조했다. 당선 직후 이런 자산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12일엔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경제부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등 8명의 장관을 만나 ‘맞춤형 세일즈 행정’을 펼쳤다. 유 당선자는 “인천만 잘해 달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 인천 경쟁력을 살려달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9월 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취임 직후 대통령 주재하의 점검회의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송영길 현 시장이 수차례 요청했지만 청와대가 거부한 회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