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난구조로봇대회 결선 1년 앞두고 업그레이드 한창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은 재난 구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기술 경연대회인 ‘DARPA 로보틱스챌린지(DRC)’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본선에는 KAIST 휴머노이드연구센터의 ‘DRC휴보’가 출전해 16개 참가팀 중 11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최근 DRC 최종결선이 내년 6월로 결정됐다. DARPA는 본선 1∼10위 팀에 한해 자동 출전권을 부여했지만, 한국의 로봇 기술력을 높이 사 3개 팀에 특별 출전권을 주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취지에 공감해 3개 팀을 선정해 5억∼10억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최종결선행이 유력한 토종 로봇 3개를 꼽아봤다.
지난해 본선 참가 전력이 있는 KAIST의 DRC휴보는 결선행 0순위다. 당시 DRC휴보는 이틀에 걸친 대회에서 발목 모터에 고장이 생겨 10위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기술력만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모터 수리를 마친 둘째 날,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에스원(S-ONE)’을 제외한 어느 팀도 성공하지 못한 사다리 기어오르기 종목에서 만점을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DRC휴보는 현재 결선을 겨냥해 ‘DRC휴보 2.0’(가칭)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지난해 문제를 일으켰던 발목 모터는 아예 구조를 바꿔 보행 능력을 강화했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몸체의 외부 프레임도 교체했다. 모터가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측면에 뚫어놨던 공기구멍을 없앴고 알루미늄합금도 더 두껍게 만들어 뒤틀림에 잘 견딜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열을 식히기 위해 수랭식 쿨러를 추가로 달았다.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전압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내보내는 고용량 축전기도 설치된다. 이렇게 되면 걸을 때 안정감이 생긴다. 재난로봇의 특성상 현장에 투입되면 문을 열고 짐을 나르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쓰러지지 않고 제대로 걷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DRC휴보 2.0은 155cm에 65kg으로 DRC휴보와 키는 비슷하지만 무게는 10kg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새 손가락 달고 결선행 준비 중인 ‘똘망’
덕분에 똘망은 밸브 잠그기, 장애물 치우기, 자동차 운전하기 등의 다양한 대회 임무에 따라 형태를 쉽게 변경할 수 있다. 한국계 미국인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팀은 로보티즈에서 똘망의 몸체를 제공받고 제어 프로그램을 공동개발해 지난해 본선에 출전해 9위를 기록했다. 당시 똘망은 한 손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한 손에는 손가락 대신 카메라를 달고 나와 시야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응용전술을 펴 갈채를 받았다.
한재권 로보티즈 연구원은 “하체 모듈의 출력과 보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임무 수행에 유리하도록 손가락도 새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 로봇 제공받아 제어 프로그램 짜는 팀에 마지막 출전권
3번째 출전권이 돌아갈 팀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국내에서 DRC에 참가할 만한 로봇을 개발한 대학이나 기업이 없는 만큼 나머지 한 팀은 이들에게서 로봇을 제공받아 제어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 한양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