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문(1966∼ )
나는 그만 일출의 장관을 보아버렸다.
감당할 수 없는 침묵이 만들어내는
무한장력을
밀고 올라오는 햇덩이를.
웅덩이는 그만
침묵의
무한장력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아마도 그 순간에는
숲도 그만
숨쉬는 걸 잊었을 것이다.
그 웅덩이인지 연못인지 모를
어머니의 몸속에서
햇덩이 하나가,
어머니의 얼굴이 환하게
그걸 바라보는 이쪽까지 환하게
머리를 내밀고
뒤이어 목이 빠져나오고
몸통까지
우뚝
솟아오른 뒤
날개와
네 다리를 펴고
나머지
접힌 두 앞다리를 차례로 펴고
물위에
균형을 잡고 섰다 싶은
순간,
왱!
가을이면 길가에 줄지어 꽃 피어 있는 코스모스, 그 이름이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에서 딴 것이라는 걸 알고 신기해했던 생각이 난다. 이름을 지은 이는 가녀린 몸에 소녀 같은 얼굴로 한들한들 피어 있는 코스모스 꽃에서 우주를 본 거다. 하긴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우주를 구현하고 있을 테다. 화초 코스모스는 제 이름으로 세계가 수많은 마이크로코스모스, 아주 작은 우주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