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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루이스 수아레스 "이래도 비웃을래?"

입력 | 2014-06-21 03:00:00

‘핵이빨’ 조롱받던 수아레스, 잉글랜드에 복수의 2골… 우루과이 16강진출 불씨 살려
루니 본선 첫 골 빛바래




펑펑 눈물을 흘렸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우루과이의 특급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는 경기가 끝난 뒤 우루과이 응원단 쪽으로 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른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난 뒤에도 혼자 남아 자신의 유니폼을 응원단에 던지며 기뻐했다. 너무 기뻐 그 순간을 더 즐기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5분여 동안 기쁨을 만끽한 뒤 그라운드에서 즉석 인터뷰를 했다. “잉글랜드를 상대로 두 골을 넣을 것이라 상상했나요?” 조금 전까지 환하게 웃던 얼굴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울먹이며 입술을 뗐다. “물론 이 순간을 꿈꿔왔어요. 살아왔던 모든 순간과 내가 받았던 비난들… 이제 됐어요.”

우루과이가 20일(한국 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잉글랜드와의 2차전에서 두 골을 넣은 수아레스의 활약으로 2-1로 이겼다. 승점 3을 챙긴 우루과이는 코스타리카와의 1차전 패배를 딛고 1승 1패로 25일 이탈리아와의 3차전에서 16강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특히 우루과이는 이날 잉글랜드를 꺾으면서 유럽 팀을 상대로 오랜만에 승리를 챙겼다. 우루과이는 이 경기 전까지 월드컵에서 치른 유럽 팀과의 15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우루과이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은 경기 뒤 “이 경기가 영화였다면 그 누구도 이처럼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유럽 팀에 지기만 했다.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해냈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수아레스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우루과이 선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나타났다. 취재진이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믹스트존에 가득했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몇 년간 뛰는 동안 많은 사람이 나를 비웃었다. 지금 나를 비웃던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잉글랜드에서 악동 이미지가 강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폭언을 한 혐의로 8경기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상대 팬에게 경기 도중 손가락 욕설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첼시 수비수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의 팔을 깨물어 ‘핵 이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국 기자들이 뽑은 가장 싫어하는 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잉글랜드에서 그는 조롱의 대상이다.

이날 그의 골은 자신을 비웃던 잉글랜드 팬들을 향한 통쾌한 복수였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나의 플레이는 최고였다.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날 그의 두 번째 골은 공교롭게도 리버풀 동료인 잉글랜드 스티븐 제라드의 실수로부터 나왔다. 1-1로 맞선 후반 40분 우루과이 골키퍼가 길게 찬 공을 제라드가 백 헤딩으로 길게 뒤로 보냈다. 뒤에 있던 수아레스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한 것. 제라드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수아레스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잉글랜드는 16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잉글랜드 특급 공격수인 웨인 루니는 이날 자신의 월드컵 첫 득점을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0-1로 뒤진 후반 30분 동점골을 넣은 루니는 특유의 폭발적인 활동력으로 잉글랜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골로 루니는 2006년 독일 월드컵으로 데뷔해 10경기 759분 만에 첫 골의 기쁨을 맛봤다. 믹스트존에서 마주친 루니는 데뷔 골을 넣었다는 기쁨보다는 팀의 패배로 실망한 듯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도 없이 버스에 올랐다.

한편 C조의 콜롬비아는 코트디부아르를 2-1로 꺾고 2연승을 거두며 1990년 이후 24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상파울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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