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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상파 화가들 꿈과 열정, 그때 그 현장을 찾아서…

입력 | 2014-06-21 03:00:00

◇인상파 로드, 빛이 그린 풍경 속을 걷다
김영주 지음/428쪽·1만5000원·컬처그라퍼




별다른 설명 없이 ‘프랑스와 네덜란드 여행기’라고 하면, 요즘 관심 가질 이가 많지 않을 성싶다. 여행기가 줄기차게 나온 지 오래되다 보니 별의별 주제를 다룬 책이 많다. 최근엔 음식 관련 기행문이 서점에서 꽤나 눈에 띈다.

이 책처럼 미술 관련 서적도 기존에 없었던 건 아니다. 세계적 미술관을 꼼꼼하게 정리해놓은 책도 상당하다. 하지만 제목처럼 저자는 인상파 화가들이 붓을 들었던 ‘빛이 그린 풍경’ 현장을 직접 찾으며 얻은 소회를 정보와 함께 엮었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여행서인 셈이다.

이화여대 장식미술과를 나와 오랫동안 출판·잡지계에 몸담았던 저자는 2006년부터 여행 작가로 나섰다. 하지만 주로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던 종전 스타일과 달리, 인상파 화가에 초점을 맞춘 이번 여행은 “한 시대를 뜨겁게 달궜던 화가들의 꿈과 열정이 새삼 인생 속으로 쑥 들어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실제로 책 속에도 사진과 그림이 함께 등장하는,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린 작품 ‘에트르타의 석양’과 똑같은 시점의 해변에 서 있는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감흥일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버무렸음에도 신변잡기적(?) 기조를 유지하는 문체도 맘에 든다. 이런 류의 책들은 너무 전문 지식에 얽매이다 에세이인지 논문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가 잦다. 여행이란 어떤 목적을 지녔건 느긋한 여유가 넘쳐야 제맛이니까. 물론 작업하는 작가야 발에 땀이 나도록 고생했겠지만. 문득 모네가 수련 연작을 탄생시킨 프랑스 지베르니 정원의 연못가에 앉아 딱 한나절만 뒹굴뒹굴하고 싶다. 여행기는 이래서 요물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