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철학의 눈이다/강우성 외 지음·서동욱 엮음/532쪽·3만 원·문학과지성사

현상학자 메를로퐁티는 ‘생트 빅투아르 산’의 모습을 변주해 여러 편을 화폭에 옮긴 세잔의 풍경화에서 예술의 본질을 포착하려 했다. 그는 세잔의 작품은 끊임없이 그 “심층부를 파면서, 사물들의 흥분되고 불가해한 발생”을 회복시키려 한다며, 세잔은 예술이 사유에 이를 수 있는 ‘표현’이나 ‘언어’라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던 작가로 평한다.
이 책은 이들 외에도 들뢰즈, 라캉, 사르트르, 푸코, 데리다 등 현대철학자 13인과 그들이 다룬 미술가를 소개하고 철학자들이 주창했던 미술이론을 정리했다. 최고의 사유체험인 철학을 최고의 시각체험인 미술과 결합해 추상적 논제에 색을 입히려 했던 철학자의 작업을 최대한 상세히 소개하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레비나스의 ‘우상’, 사르트르의 ‘실존’, 리오타르의 ‘숭고’, 데리다의 ‘시뮬라크르’, 마리옹의 ‘아이콘’ 같은 개념이 어떻게 빚어졌는지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