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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파기지국’ 이통망 구축 사실상 독점… 檢 “민영화때부터 통피아 개입”

입력 | 2014-06-21 03:00:00

정통부, 1996년 난립 막으려 설립… 계열사에 관료 영입한 민간업체에
2002년 M&A형식으로 넘어가… 지금까지 각종 세제 혜택-보조금




검찰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의 일환으로 압수수색한 한국전파기지국은 국가 기간사업인 이동통신 기지국 사업을 거의 독점적으로 수주해 온 회사다. 2012년엔 297억 원 규모의 전국 지하철 LTE망 구축 공사계약을 KT와 체결하는 등 사업 규모도 크다. 제4 이동통신사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예상되는 망 구축 비용이 약 2조 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이동통신망 사업은 ‘떡고물’이 많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분야는 1990년대 이후 ‘이권의 꽃’으로 불렸다”며 “통피아(정보통신+마피아)가 해피아(해양수산+마피아), 철피아(철도+마피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지국 사업 초창기부터 이권 개입?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한국전파기지국의 사업권이 민간기업에 넘어가는 단계부터 철저히 끼리끼리 주고받은 정황이 있다고 보고 기업의 인수 과정부터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동통신 사업이 급속도로 팽창하던 1996년 정보통신부는 기지국의 난립과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 산하기관인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을 통해 전담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사업단은 곧 민간 통신사업자를 참여시켜 한국전파기지국관리㈜를 설립했다. 정부는 지금도 이 회사에 각종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2002년 5월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코스닥에 상장된 뒤 같은 해 9월 신흥정보통신이라는 회사가 주식을 사들여 인수합병(M&A)되면서 민간업체로 탈바꿈했다. 신흥정보통신의 설립자인 장석하 대표(77)는 오랜 기간 정보통신 사업을 하면서 관료들과 친분을 쌓아 왔고 이들을 관련 계열사에 영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대적 M&A를 통해 한국전파기지국관리가 장 대표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도됐지만 검찰은 사업단과 정보통신부에 포진한 관료들의 은밀한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회사가 정부의 혜택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이동통신사로부터 수주 받은 물량을 아들과 딸이 운영하는 회사에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횡령 또는 배임행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신흥정보통신 등 계열사들도 압수수색했다.

○ ‘통피아’ ‘철피아’ ‘교피아’ 전방위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공공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소속 직원과 업체 간의 청탁성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17일 서울 송파구 진흥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정부에서 주로 연구개발 예산을 배분해 오던 ‘지식경제부 마피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검찰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전현직 국토교통부 교육부 관료들의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하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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