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1996년 난립 막으려 설립… 계열사에 관료 영입한 민간업체에 2002년 M&A형식으로 넘어가… 지금까지 각종 세제 혜택-보조금
검찰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의 일환으로 압수수색한 한국전파기지국은 국가 기간사업인 이동통신 기지국 사업을 거의 독점적으로 수주해 온 회사다. 2012년엔 297억 원 규모의 전국 지하철 LTE망 구축 공사계약을 KT와 체결하는 등 사업 규모도 크다. 제4 이동통신사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예상되는 망 구축 비용이 약 2조 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이동통신망 사업은 ‘떡고물’이 많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분야는 1990년대 이후 ‘이권의 꽃’으로 불렸다”며 “통피아(정보통신+마피아)가 해피아(해양수산+마피아), 철피아(철도+마피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지국 사업 초창기부터 이권 개입?
이동통신 사업이 급속도로 팽창하던 1996년 정보통신부는 기지국의 난립과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 산하기관인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을 통해 전담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사업단은 곧 민간 통신사업자를 참여시켜 한국전파기지국관리㈜를 설립했다. 정부는 지금도 이 회사에 각종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2002년 5월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코스닥에 상장된 뒤 같은 해 9월 신흥정보통신이라는 회사가 주식을 사들여 인수합병(M&A)되면서 민간업체로 탈바꿈했다. 신흥정보통신의 설립자인 장석하 대표(77)는 오랜 기간 정보통신 사업을 하면서 관료들과 친분을 쌓아 왔고 이들을 관련 계열사에 영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대적 M&A를 통해 한국전파기지국관리가 장 대표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도됐지만 검찰은 사업단과 정보통신부에 포진한 관료들의 은밀한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회사가 정부의 혜택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이동통신사로부터 수주 받은 물량을 아들과 딸이 운영하는 회사에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횡령 또는 배임행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신흥정보통신 등 계열사들도 압수수색했다.
○ ‘통피아’ ‘철피아’ ‘교피아’ 전방위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공공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소속 직원과 업체 간의 청탁성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17일 서울 송파구 진흥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