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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관심 커졌지만 몸은 안따랐다

입력 | 2014-06-21 03:00:00

세월호 참사후 첫 화재 민방위 훈련
소방차 길 막고 대피는 느릿느릿… 매장 쇼핑에 커피점은 바글바글




20일 오후 2시 제394차 민방위훈련에서 서울 서초구 서일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 입과 코를 막은 채 화재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훈련은 전국 주요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일 오후 2시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사거리로 접어들었다.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시민들은 달려오는 소방차를 보고도 길을 비켜주지 않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이날 전국에서 실시된 제394차 민방위훈련의 풍경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커졌지만, 실제 안전훈련에 동참하는 자세는 아직 부족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1975년 민방위가 창설된 이래 처음으로 전국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화재 대피 훈련도 동시에 실시됐다.

같은 시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트레이드타워와 아셈타워에서는 화재 대피 훈련이 한창이었다. 건물 내부 곳곳에 화재 대피를 알리는 안내판을 세우고 지하 멀티플렉스영화관 메가박스의 상영관에서는 안내요원들이 대피를 유도했다. 그러나 고객들은 느린 걸음으로 상영관을 나왔다. 주변 시민들도 실제 상황처럼 훈련에 임하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지하 1층 코엑스몰도 비슷했다. 일부 시민은 대피하지 않고 매장을 돌아다녔다. 한 커피전문점에는 훈련 중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파로 가득했다.

반면 사무실이 있는 지상층에서는 근무인원 5887명 중 5427명(92.2%)이 참여해 지난달 13일 자체 훈련 때(26.4%)보다 참여율이 높았다. 트레이드타워 25층에서 근무하는 김형욱 씨(34)는 “예전에는 훈련을 해도 사무실에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후에는 대피 동선을 파악하거나 안전훈련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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