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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김명수의 부인 회갑 선물 '1000만원 수표'

입력 | 2014-06-21 03:00:00


회갑 잔치를 수연(壽宴)이라고 한다. 부모가 함께 살아있다면 아버지가 회갑이든, 어머니가 회갑이든 수연에서 자식들의 절과 술을 받는 사람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아니라 부모 모두다. 회갑에서 부부는 한 사람인 것이다. 회갑이라고 해서 부부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전통에는 없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교원대 교수 시절인 2012년 회갑을 맞은 부인에게 10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줬다고 해서 화제다. ‘능력 있는 남편들’은 부인 생일에 수표를 선물하는 것이 신(新)풍속이라는 말은 들었다. 부부 사이에서야말로 ‘현금(혹은 수표)은 왕’이다. “이번 생일에 남편에게 얼마짜리 수표를 받았다”는 것이 여자들끼리 모였을 때 은근한 자랑이다. 100만 원짜리 정도 받아서는 자랑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있다. 60년 만에 돌아오는 생일은 특별해서 그 액수가 1000만 원까지 올라가기도 하는 모양이다.

▷‘능력 있는 남편’의 ‘능력’이란 월급 외에 생기는 돈일 것이다. 김 후보자는 수표와 동봉한 편지에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당신 남편이 아끼고 절약해서 당신을 위해 모은 것이니 당신 편한 대로 쓰십시오(미안합니다)”라고 썼다. 적은 금액은 겸양의 말일 뿐이다. 월급쟁이들이 용돈 아껴서는 1000만 원은 고사하고 100만 원짜리 한 장 내놓기도 쉽지 않다. 김 후보자의 능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제자 논문을 제 이름으로 싣고 받은 연구비 중에서도 일부 나왔을지 모른다.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의 시절에는 칠십까지 살기 어려우니 육십에 잔칫상을 차렸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 그래도 남편이 부인의 회갑에 주는 선물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평생 같이 살면서 부인에게 변변한 생일 선물 하나 못 해본 남편들이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에 주는 큰 선물일 수 있다. 김 후보자의 1000만 원이 깨끗한 돈을 아끼고 절약해서 모은 것이라면 나무랄 수 없다. 다만 그 액수는 부러울 뿐이다. 전국에서 부부싸움 나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