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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넘어 금융-쇼핑까지 ‘진격의 메신저’

입력 | 2014-06-23 03:00:00

[진화하는 모바일 메신저]<상>끝없는 영역 확장
카카오톡 출시 4년만에 IT 强者로… 포털 공룡 네이버와 플랫폼 경쟁
7월 금융결제시장 진출 예정… 모바일 상거래 중심축으로 급부상




카카오의 성장 스토리가 굉장히 놀랍습니다. 정말 부럽네요.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기감을 느낍니다. 우리 같은 통신사에 모바일 메신저는 정말 위협적인 존재니까요.”

12일(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모바일아시아엑스포(MAE) 현장에서 왕젠저우(王建宙) 전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이석우 카카오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가 약 15분에 걸쳐 카카오의 탄생과 성장, 성공 스토리를 발표하고 난 직후였다. 이날 발표에서 이 대표는 “한국 국민의 73%가 스마트폰을 쓰고 이 중 93%가 카카오톡을 쓴다”며 “이들이 하루에 생성하는 채팅 메시지의 수는 65억 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왕 전 회장은 “차이나모바일의 가입자 수가 8억 명이고 이들이 주고받는 문자메시지(SMS)의 수는 일평균 20억 개, 매출로 따지면 2억 위안(약 328억 원)”이라며 “다시 말해 카카오톡과 위챗 같은 무료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은 곧 차이나모바일과 같은 통신사에 매일 2억 위안의 손실을 안겨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 메신저, 스마트폰 시대 스타가 되다

중국 최대 통신사의 전 최고경영자도 놀랄 정도로 오늘날 모바일 메신저는 통신 인터넷 등 정보기술(IT)업계 전 영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처럼 휴대전화와 PC가 각각 따로 기능하던 시절에는 휴대전화는 통신사, PC의 첫 화면은 포털사 차지였다. 하지만 이 둘이 하나로 합쳐진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모바일 메신저가 이 모두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이콘 크기가 가로 세로 1cm가 안 되는 이 작은 모바일 앱 속에 전 세계의 통신과 인터넷, 쇼핑과 금융이 모두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모바일 메신저의 영향력은 인수합병(M&A) 규모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글로벌 IT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던 올해 2월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액은 190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였다. 이는 이전까지 IT업계 사상 최대 규모 M&A로 기록됐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2011년·125억 달러)건보다도 7조 원 가까이 많은 금액이었다.

카카오의 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 역시 4조2000억 원 규모로 평가되며 국내 IT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됐다.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최대 규모 IT M&A가 모두 모바일 메신저에서 비롯된 셈이다.

○ 메신저 사업, 성역은 없다

그렇다면 모바일 메신저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모바일 메신저는 성역 없는 영역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2010년 서비스 출시 뒤 문자 시장(카카오톡)을 접수했고 이어 전화 서비스(보이스톡)까지 내놓았다. 이렇게 통신 영역을 손에 쥔 이후엔 그 플랫폼을 게임(게임하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카카오스토리), 음원시장(카카오뮤직), 만화·웹소설(카카오페이지) 등 콘텐츠 분야 전반으로 넓혔다. 최근에는 한때 PC시장을 평정했던 20년 역사의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가 검색이나 뉴스 서비스, e메일 서비스 등을 카카오톡과 접목시킬 경우 카카오는 모바일 시장에서 네이버를 능가하는 플랫폼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카카오는 7월 금융결제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그간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기프티콘과 같은 재화만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직접적인 ‘현금’ 거래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 수억명 가입자, 쇼핑과 결합땐 ‘마케팅 빅뱅’ ▼

진화하는 모바일 메신저


금융 플랫폼으로서 모바일 메신저의 가능성은 이미 해외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미국 등지의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이 한발 앞서 금융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Tencent·중국어 騰訊·텅쉰)는 올 초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에 지인과 현금 쿠폰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위챗 훙바오’ 서비스를 선보였다. 새해가 되면 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 주고받는 중국 풍습에 착안해 빨간 봉투 이미지와 함께 현금으로 교환 가능한 쿠폰을 주고받게 한 서비스였다. 텐센트의 자체 결제 시스템인 ‘텐페이’를 기반으로 한 이 서비스는 출시 이틀 만에 2000만 건의 거래를 낳았는데 거래액은 무려 1800만 위안(약 29억5000만 원)에 달했다.

○ 메신저 시장, 이용자가 곧 기업가치

IT업계는 모바일 메신저의 ‘쇼핑 플랫폼’ 가능성도 주목한다. 모바일 메신저의 특징인 △이용자들의 높은 몰입도 △방대한 지인 네트워크에 △편리한 결제 시스템까지 더해지면 모바일 시대 최상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업계는 모바일 메신저 특유의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높게 평가한다. 한 예로 지난해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최신 스마트폰 15만 대를 위챗의 기업용 계정을 통해 홍보했는데 출시 9분 55초 만에 이 물량을 모두 팔아치웠다. 로레알 역시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화장품 500개를 반짝 세일했는데, 5분 만에 초기 물량 500개가 전량 매진됐다. 시장에서는 “친구 간에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후기를 전달하는 입소문 마케팅의 도구로서 모바일 메신저의 파워가 증명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모바일 메신저의 네트워크 영향력은 산술적으로도 드러난다. 사람과 사람이 일대일로 한 번 대화를 주고받을 때 네트워크 연결은 2번 일어난다. 반면 모바일 메신저로 10명이 그룹채팅을 하면 그 수는 90회에 이른다. 50명이 하면 2450회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용자 수가 수억 명에 달하는 모바일 메신저가 쇼핑과 결합될 경우 그 어떤 마케팅 툴보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IT시장분석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는 이용자 수가 곧 기업가치(돈)”라며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 당시 와츠앱의 활성 이용자 1명당 약 42달러의 돈으로 환산됐다”고 말했다.

상하이=임우선 imsun@donga.com / 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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