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군, 시리아 국경검문소까지 장악

무기-대원 이동 쉬운 전략요충지… AP 등 “알말리키 정부 큰 타격”
정부軍, 댐 방어 병력 2000명 급파… 시아파 민병대는 군사 퍼레이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전략적 요충지인 이라크의 알카임 국경검문소를 장악했다. 시리아와 이라크를 연결하는 통로를 손에 넣은 ISIL은 양국을 통합한 수니파 이슬람 국가 수립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ISIL은 20일 시리아와 맞닿은 국경검문소가 있는 이라크 서부 소도시 알카임을 장악한 데 이어 21일에는 라와 아나 후세이바 루트바 등 안바르 주의 전략적 요충지도 손에 넣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경검문소 장악으로 ISIL은 시리아에서 무장대원은 물론이고 무기와 중장비 등을 쉽게 들여올 수 있게 됐고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정부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미국 CNN방송은 “급진 무장단체의 약진으로 중동 국가들의 국경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ISIL은 시리아와 이라크 양쪽의 점령지역을 연결하는 작전을 벌여왔다. 알카임과 맞닿은 시리아의 데이르 에조르 주에서 ISIL은 이미 최소 3개 도시를 수중에 넣었다.

또 ISIL이 새로 장악한 라와 아나 후세이바는 모두 시리아에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로 향하는 고속도로 주변에 있다. CNN은 시리아에서 온 무장대원들이 바그다드 외곽까지 도달하는 데 4시간도 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ISIL이 유프라테스 강 유역까지 장악하면서 하디타 댐도 파괴의 위험에 놓이게 됐다. 댐이 파괴되면 이라크 전체 전력망에 영향을 주고 홍수 발생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 정부는 ISIL의 댐 공격에 대비해 병력 2000명 이상을 급파했다.

또 요르단 국경에서 150km 떨어진 루트바를 ISIL이 장악하면서 요르단과 연결되는 고속도로의 마지막 구간도 이라크 정부의 통제를 벗어났다.

바그다드에서는 이라크 정부를 지지하는 병력 수천 명이 기관총과 로켓포 등으로 중무장하고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는 시아파 정부 지지파의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시아파의 결집도 시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내전이 격화될 조짐이 있던 지난해 말 이라크 군을 지원하는 비밀 계획을 승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은 정보가 이란 쪽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와 불신 때문에 무장단체의 위치 등에 대해서만 정보를 공유하는 데 그쳤다고 WSJ는 전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